니체! 정신분석 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 - 우리는 정신분석치료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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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정신분석치료현장으로 니체를 초대했다?! 정신분석치료현장에서 일하는 자기소통상담가 윤정 저자의 책 <니체! 정신분석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 니체의 고민을 정신분석현장의 절차에 따라 살펴보며 니체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명료한 자신을 볼 수 있는 경험을 얻게 도와주는 놀라운 여정이 펼쳐집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생애 마지막 11년간 정신병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1889년 1월 3일 카를로 알베르트 광장에서 말을 심하게 다루는 마부의 모습을 보고 말에게 달려가 말을 붙잡고 통곡하다 결국 쓰러진 니체. 왜 그런 행동을 보였을까요.


동생 엘리자베트 니체가 오빠 프리드리히 니체와 함께 정신분석가의 연구소로 찾아오면서 이 여정이 시작됩니다. 신경정신분석학에서 바라보는 질병이란, 살아낸 흔적의 축적물인 몸과 비물질적인 사유 체계가 머문 정신이 결합하면서 서로 발생하는 차이를, 생성적으로 만들지 않고 차별하려는 이기심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차별하기 위해 자아가 선택한 언어 사용 방식, 사고와 삶의 방식을 문제 원인으로 진단합니다.


사유를 나타내는 '말', 즉 언어의 잘못된 기제 방식을 분석해 보는 셈입니다. 좋은 마음씨와 좋은 말이 만병의 명약이라고 하듯 언어의 의미를 명료하게 재구성하면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분석현장의 풍경을 펼쳐 보입니다.


가장 흥미진진한 자유연상 파트는 니체의 생애와 저작물 등을 통해 분석가인 저자와 피분석가 니체 간의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집니다. 대화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읽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니체의 답변에는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밟아오며 그가 영향받은 인물과 사건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니체가 사는 방식과 말의 구성을 보면서 스스로 문제를 알아차리도록 돕는 분석가. 물론 이 치료의 주체는 피분석가인 니체입니다. 분석가는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사유와 행동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참여자일 뿐입니다.


어릴 때 형성된 자아의 패턴이 다른 대상을 만날 때마다 반복하는 심리적 현상인 '전이 현상'과 전이 현상 속에서 자신의 오류를 새롭게 해석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인 '역전이 현상' 파트는 니체의 삶과 사유 속에 머문 문학적 텍스트에 담긴 의미들을 잘 보여줍니다. 분석 공감에서는 분석가와 피분석가의 질문을 정신분석치료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이때 내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니체의 생애와 작품에서 보이는 삶과 고민의 흔적은 이 시대에도 발견됩니다. <니체! 정신분석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는 니체의 문제를 현대의 충동성 자아의 정신과 연결해 해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에 투사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도와줍니다. 우리의 불안정한 감정기복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책입니다.


인간의 발명품인 언어. 인간은 언어의 의미에 매달려 부유하는 기생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윤정 작가는 "당신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가", "당신은 스스로 안다는 것에 빠진 적이 없는가?", "당신은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말하고 있는지 의심한 적이 있는가?" 등 언어와 사유, 말과 행동에 관해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현대인이 치료해야 하는 부분은 자신들이 표현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언어는 불가피하게 은유적입니다. 표현 속에 또 다른 의미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겁니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죠. 그래서 언어의 한계는 분명하고, 인간의 언어는 실재 세계와 일관되게 대응할 수 없다는 겁니다.


모든 질병은 자신만의 '사는 방식'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사는 방식'을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신분석치료는 증상을 제거하거나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분석가가 납득하여 수용할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현장입니다.


라캉의 정신분석치료 과정이 적용되기도 하니 라캉의 철학적 사유와 정신분석학에 대해 관심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반시대적 고찰>,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반 그리스도>, <디오니소스 찬가> 등 순수하게 니체의 작품에 관심 많은 이들도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무엇보다 윤정 작가는 니체의 행동과 말을 그저 과대망상으로 분석했을지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은 그야말로 명문장이었어요. 너무나도 인상 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철학 용어나 정신분석학 용어는 낯설고 어렵지만, 니체의 생생한 삶의 흔적을 정신분석치료현장 속에서 재조명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독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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