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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112/pimg_7960121633187350.jpg)
갱년기에 진입한 70년대생 세 명의 갱년기 탐사 프로젝트를 담은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김도희, 유혜미, 임지인 저자들은 한때 같은 광고 회사에 근무한 경험있는 10년 넘은 친구 사이입니다. 72년생~74년생으로 중년 세대에 접어들면서 그들의 수다의 주제는 갱년기에 집중되었습니다. 기혼도 있고 미혼도 있어 갱년기와 중년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그들의 수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갱년기에 접어들었나 싶을 때 누군가는 유독 감기를 달고 살았고, 누군가는 안면 홍조를 겪었습니다. 누군가는 더위를 많이 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한기가 생기기도 하면서 갱년기 신호탄은 저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수면 패턴 변화, 땀, 열감 같은 갱년기의 대표적인 신체적 증상이 갑작스레 찾아오자 기존 삶의 균형감이 상실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갱년기 증상을 경험했을 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차이납니다.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며 생활에 아직은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싶어 부정하고 무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심각한 질환으로 받아들이며 걱정과 불안에 휩싸입니다. 이 모든 감정들이 갱년기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한 채 부지불식간에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갱년기에 진입하자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일상의 소소한 변화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확연하게 변한 일상은 없는 듯싶어도 소소하게 바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무래도 갱년기에 도움 준다는 것으로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몸이 브레이크를 걸어 주지 않았다면 제 일상은 무엇으로 바쁜지도 모른 채, 몸을 잊은 채로 계속 직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거든요." -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갱년기에 대해 궁금할 때 어떻게 해소할까요. 인터넷 검색, 병원 방문, 갱년기 관련 책 등 다양한 루트가 있는데 인터넷에서 쉽게 자가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들을 보면 의외로 크게 도움 된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갱년기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중년 건강관리에 있어 주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에 여성으로서 꼭 알아야 할 정보인데, 인터넷으로는 갱년기 인식 참고 자료 수준이어서 여전히 막막합니다. 워낙 일반화된 편협한 정보뿐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주치의 수준으로 내 몸을 잘 아는 동네병원이 있다면 오히려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갱년기 하면 짜증, 분노라는 단편적 시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사춘기처럼 한두 가지 특징으로만 일반화하다 보니 중년 여성의 쇠락을 상징하는 부정적 단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큽니다. 자연스러운 노화 개념을 넘어 중년 여성의 짜증과 예민함에 초점 맞춰 희화화하기 일쑤입니다.
사회적 시선이 이렇다 보니 갱년기 증상과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가 역할이 끝난 여성, 생산적이지 않은 여성 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에서는 갱년기에 관한 고정관념을 알아보고 이 시대의 새로운 해석과 정의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현대에 지금의 40대~50대를 노화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는 것은 맞지 않다는 걸 대부분 공감할 겁니다. 짜증내고 열나는 아줌마라는 허상에서 완경기 이후의 여성의 이미지를 재창조할 수 있도록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요즘 젊은 세대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엄마의 완경 파티를 해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니 다음 세대가 기대됩니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몸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했다는 친정엄마의 경험을 보면 저도 걱정 안 할 수가 없긴 하지만, 감소하는 호르몬 흐름에 몸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을 찾아가는 시기로 갱년기를 바라본다면 더욱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갱년기 우울증 대신 내 몸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남성 갱년기에 대한 주제도 빠질 수 없습니다. 남성도 호르몬 변화를 당연히 겪습니다. 하지만 무관심하고 회피의 영역으로 치부했습니다. 스스로도 부정하기 일쑤다 보니 본인도, 주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슬기로운 가정생활을 위해 남성의 갱년기에 대한 인식도 꼭 필요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에서 의미 있는 갱년기 담론을 끌어내며 갱년기 입문자의 진정성 있는 수다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저도 평생 경험하지 않았던 안면홍조를 올여름부터 겪고 있답니다. 지금도 볼 부분이 화장한 것 마냥 발그레하고, 열감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안면홍조가 갱년기 대표 증상이란 걸 몰랐었어요.
40대 접어든 이후 나이를 세지 않고 한 해 한 해 넘겨왔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니. 저자들이 70년대생이길래 그제서야 갱년기에 대한 위기감이 확 와닿더라고요. 다행히 이 책 덕분에 저는 갱년기에 대한 걱정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골치 아픈 변화로서의 갱년기가 아닌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로 발돋움하고 싶은 열의가 생겼거든요.
갱년기의 정의, 원인, 증상, 중년 세대의 고민 등 갱년기의 화두에 대해 심도 있는 탐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슬기롭게 갱년기를 거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한 삶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가이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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