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글냥글 책방 - 책 팔아 고양이 모시고 삽니다
김화수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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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고양이 집사가 들려주는 책방 고양이 이야기 <냥글냥글 책방>. 마당이 있는 작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현하며 마당에는 길고양이들의 쉼터로, 1층은 책방을 운영하는 김화수 작가의 희로애락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11년 전 유기묘 보호소 출신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고양이집사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거두다 보니 집고양이 두 마리와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지내는 두 마리까지 네 마리 고양이 식구가 생겼습니다.


비염 있는 남편의 스트레스에 대한 미안함, 집과 독서교실에서 집사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버무려진 상황에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단독주택을 발견한 건 고양이 집사를 포기하지 말라는 운명일까요. 남편의 퇴직금까지 끌어쓰는 주택 영끌을 감행하는 김에 로망이었던 책방까지 운영하게 됩니다.


고양이와 책의 조합은 언제나 옳죠. 고양이쌤 책방은 책방이지만 책이 주인공이 아닌 곳입니다. 고양이 친화적 인테리어로 곳곳이 캣타워화 되었고, 고양이들의 최애 쉼터 택배 박스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곳입니다.


네 마리 고양이와의 인연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네 마리 고양이 모두 성격이 천차만별이라 그야말로 냥바냥입니다. 고양이쌤이라는 별칭을 갖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해준 첫째 고양이, 이래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주인님이라고 하는구나 여실히 깨닫게 해준 둘째 고양이, 샴고양이 치고는 츤데레한 셋째 고양이, 고양이 무섭다는 사람도 무장해제시키는 마성의 넷째 고양이까지. 책방 덕분에 네 마리 고양이가 함께 살게 됩니다.


독립적인 성향에 외부인을 꺼리는 고양이 성향상 매장냥이는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역시 냥바냥이라고나 할까요. 집사가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온종일 머무는 공간에다가 고양이들이 순조롭게 책방의 직원이 되어주었고, 걱정과 달리 관종 기질이 철철 넘치는 성격의 고양이였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이 번번이 드나드는 번화가 책방이 아닌, 장사가 잘 안되는 ㅠㅠ 책방이라는 점도 있군요. 고양이 시점에서 풀어놓는 책방의 하루 이야기도 꿀잼입니다.


고양이가 있는 책방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은 다 벌어진 듯합니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이들로 인한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고,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물론 가방을 신상 스크래쳐로 받아들이는 고양이들의 만행을 흐믓해하는 애묘 손님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요. 신기하게도 집사의 책에는 만행을 저지르곤 했어도 판매용 책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기행을 보인다니 천상 책방 고양이 운명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로망과 현실의 갭은 마당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밖으로 탈출하기 쉬운 열린 구조의 단독주택은 집고양이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었고, 대신 길고양이들의 휴식 장소로 변모합니다.


사실 작은 책방의 수입으로는 길고양이 사료나 응급 치료를 하는데 쓰이는 비용으로만 간신히 댈 수준이라니 영끌까지 해서 운영하는 책방의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 책방 수익구조로는 생활이 힘들었을 거라고 고백합니다. 글쓰기 강사라는 본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역시 수익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네요.


동네 고양이들에게 소문이 난 건지 시시때때로 들르는 맛집이 된 책방 마당. 마당 입주 고양이까지 생기고 출산을 하는 고양이까지 그야말로 냥장판이 됩니다. 다행히 동네 이웃들의 고양이 친화적 반응 덕분에 편히 길고양이들을 대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밥을 주다 보니 어느 집에 길고양이가 눌러앉는지 은근히 라이벌이자 협력자 관계였다니, 이런 마음씨를 가진 이웃들이 많은 동네라면 이웃 스트레스는 덜하고 살 수 있겠어요.


길고양이와의 안타까운 이별도 수없이 맞이했고, 집고양이였던 넷째가 고양이별로 먼저 떠나며 펫로스 증후군을 세게 경험하기도 하면서 고양이 집사로서의 희로애락을 경험합니다. 많이 웃고 가끔은 울게 될 것이지만, 꿋꿋하게 힘낼 의지를 갖게 된 것 역시 고양이들 덕분입니다. 마당냥이 중 노랭이라고 부르던 아이가 책방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막내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으니, 이 또한 고양이만이 안겨줄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힘든 묘생의 길고양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마당을 가진 캣맘으로서, 사실상 고양이가 직원이 아닌 주인인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집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김화수 작가. 냥글냥글한 책방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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