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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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라는 맥락 속에서 과학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책 <과학을 만든 사람들>. 쉽게 읽히는 대중 과학 도서에 일가견 있는 천문학 박사이자 과학 도서 작가 존 그리빈 저자. 이번에는 르네상스 이후 현대까지 과학사를 빛낸 과학자들을 전체적으로 다룬 방대한 분량으로 찾아왔습니다. 한 세대의 과학자들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연결고리를 쥔 채 과학 발전의 역사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과학 혁명의 편리한 시작점으로 불리는 1543년. 코페르니쿠스 「천체 공전에 관하여」,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인체구조에 관하여」가 선보였던 해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입니다. 코페르니쿠스와 베살리우스의 혁명적 생각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모델과 갈레노스의 인체 연구를 재발견한 덕분이라고 먼저 짚어주는데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존 그리빈의 과학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양 과학은 르네상스가 있었기 때문에 굴러가기 시작했다 할 만큼, 당시 분위기가 고대 그리스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집착한 인문주의자들 덕분에 그들은 고대인의 지식을 가져와 그 위에 쌓아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고대인의 가르침을 뒤엎고 새롭게 시작된 셈이 되었지만요.


이처럼 존 그리빈은 과학 발전은 선배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 결과물로서 바라봅니다. 뉴턴이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과학 발전이 수십 년 늦어졌을지언정 다른 이들이 그 법칙을 충분히 생각해 냈을 거라고 말이죠. 새로운 현상의 발견자로 누구의 이름이 기억되는지는 운이나 역사적 우연에 따라 결정된다는 관점이 와닿습니다.


<과학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아 업적을 남겼는지 집중합니다. 과학사라는 맥락 속에서 후계자들의 과학을 만나다 보면 낯선 이름도 듣게 됩니다. 익히 들어온 인물들 외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과학 발전사에 함께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에서는 코페르니쿠스를 시작으로 이후 천문학과 역학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고대인의 신비주의로부터 벗어나 갈릴레이와 그 후계자들의 과학으로 넘어가는 여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갈릴레이는 최초의 과학자라는 호칭을 받고 있지만, 태어난 순서로 보자면 윌리엄 길버트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저자의 사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이름도 낯선 윌리엄 길버트는 영국 최초의 중요한 물상과학 연구서를 내놓았는데, 무엇을 발견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발견했는가 하는 것과, 그 과학적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며 이후 케플러에게 영향을 준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철학자로 알고 있는 르네 데카르트도 과학사에 등장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진공 개념을 거부했는데, 그것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과학 발전을 가로막은 셈이라고 합니다. 


일류 과학자가 내놓은 최초의 본격 현미경학 책을 쓴 로버트 훅 덕분에 미시세계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확장되었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뉴턴과 로버트 훅의 논쟁 에피소드는 정말 대단했는데요. 뉴턴의 유명한 말로 알고 있는 '제가 더 멀리 보았다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에 숨은 의미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훅과의 논쟁에서 나온 말인데, 등이 굽고 체구가 작았던 훅을 거인과 비교되는 난쟁이라는 의미로 비꼰 겁니다. 한마디로 선배를 선배로 인정 안 하고 악질적인 멘트를 날렸던 겁니다.


르네상스 이후 계몽시대의 과학에서는 산업혁명으로 과학이 크게 힘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동안 연금술로 뒤처졌던 화학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화학에 정확한 정량기법을 적용한 선구자 조지프 블랙과 그의 친구 제임스 와트 등이 화학의 기초가 될 발견을 해냅니다. 이것을 종합해 화학을 진정으로 과학적으로 만든 인물이 앙투안 라부아지에입니다.


뉴턴 이후 18세기 물상과학은 넓은 방면에서 진전을 보입니다. 오히려 인물 개개인을 다루기 힘들 정도더라고요. 뉴턴만큼의 획기적 발견은 없었어도 작은 성과를 많이 이룬 시기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때부터 과학 인물보다는 과학 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과학사 중심 주제가 되었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19세기에는 진화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처럼 극적인 발전이 많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당시 과학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법칙 즉 뉴턴의 운동 법칙을 수정할 필요를 느낀 아인슈타인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부터는 개인의 깨달음으로 인한 그 진가가 즉각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과학의 집단적 통념으로 자리 잡기까지 한 세대가 걸릴 수도 있는 시대로 변합니다. 원자 이론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합니다.


현대 과학은 진공펌프가 발명된 이후 핵과 원자 차원에서 다양한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생명 영역, 내우주, 외우주 등 생명과 우주의 작동 방식을 연구하며 현대 과학자들의 위대한 여정을 짚어줍니다.


과학 발전은 본질적으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과학점 관점에 따라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된 <과학을 만든 사람들>. 이전에 이룩한 것 위에 조금씩 쌓아 올리는 것과 개인의 손길에 의해 5세기에 이르는 동안 현재에 이르는 과학 성과를 이루었음을 들려줍니다. 과학자의 전기를 읽는듯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낯선 과학 용어가 많은 주제이지만 읽는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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