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왜 그래 - 영화 속 그 음악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 그래] 제작팀 지음 / 시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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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용 클래식 입문 토크쇼 프로그램 더라이프 채널의 <클래식은 왜-그래> 시즌 1을 바탕으로 한 책 <클래식은 왜 그래>.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클래식을 분명 배웠건만 그저 외우기만 했던 그때의 기억은 까무룩.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지 못한 채 살아온 세월. 지하철, 광고 및 영상 BGM으로 일상에서 숱하게 접하면서도 곡 이름과 작곡가를 매치시키지 못하는 흔한 클알못들을 위한 클래식 입문서입니다. 


재미없다고 여긴 클래식을 영화로 접근하니 정말 흥미진진하더라고요. 감동 깊게 본 그 영화 속 배경음악이 바로 이 곡이었구나 하며 해설을 읽다 보면 영화에 대한 이해도 넓어집니다. <클래식은 왜 그래>에서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보헤미안 랩소디, 빌리 엘리어트, 설국열차, 기생충, 불멸의 연인, 아마데우스, 말할 수 없는 비밀, 번지점프를 하다, 암살,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인생은 아름다워까지 13편이 등장합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역대급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비발디의 곡입니다. 가사 없는 반주 부분만 들으면 클래식인 줄 모르겠던데 가사 있는 아리아의 중간쯤부터는 "아~ 이 래!" 소리를 할 만큼 귀에 익숙한 곡이었습니다. <그만두어라, 이제는 끝났다>라는 제목이 어쩜 금자씨랑 찰떡궁합이네요. 친절하게 노랫말 가사도 수록되어 있는데 "복수는 나의 것이야"라는 가사를 보면서 복수를 꿈꾸는 금자씨의 상황이 절로 오버랩됩니다. 이 영화에는 그 외 비발디 음악이 6번이나 등장합니다. 크레딧에 작곡가 이름으로 비발디를 올려야 하나 싶을 정도로 비발디 곡과 친절한 금자씨를 밀접하게 엮었습니다.


책 <클래식은 왜 그래>가 가진 장점은 강지희 PD, 문은실 작가, 최자원 작가의 드립력이 탁월하다는 데 있습니다. MSG 한 스푼 첨가된 이야기 코너에서는 곡 탄생 비하인드스토리, 작곡가들의 에피소드를 다양한 편집 기법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코너에 완전 푹 빠져들어서 이것 때문에라도 책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을 클래식 꿀팁도 평소 우리가 궁금해했던 부분을 콕 짚어 시원하게 해결해 줍니다. 궁금하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모른 채 살아왔던 부분들 말이죠. 클래식을 보면 몇 악장 같은 악장이 꼭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서론, 본론, 결론처럼 서사의 재미를 위한 악장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악장에 따라 빠르기에 대한 팁도 나오는데 알고 들으니 정말 제대로 들려서 신기하다며 감탄사 연발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백색소음을 BGM으로 깔지 않고 조용한 모드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클래식은 왜 그래>만큼은 QR코드로 바로바로 들으면서 읽으니 감성력이 증가하네요. 클래식의 선율에 푹 빠져들면서 영화 속 이미지도 다시 떠올려보며 깊이 있는 감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꼬임에 빠져 다른 곡도 듣다 보니 독서 시간이 마냥 늘어지긴 했지만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N차 봤어도 클래식 BGM의 곡명은 모른 채였는데, 이제는 압니다. 퀸의 곡에서 갈릴레오 구간은 오페라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인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중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가사에 보엠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퀸의 곡과 잘 어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은 세계 3대 오페라로 손꼽는 카르멘이 당시 희대의 망작으로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집시인 여자가 프랑스 군인을 갖고 노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는데요. 그 시절엔 집시, 이민자, 여자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극악 수준이었거든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울컥하게 만드는 명장면,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정경' 곡에 맞춘 빌리의 발돋움은 음악의 감동과 맞물려 충격적인 여운이 오래갑니다. 영화에서는 클래식 발레가 아닌 남자 백조들이 등장하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작품이라는 점과 차이콥스키와 빌리의 성장 과정의 유사점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차이콥스키에 대한 비하인드스토리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얽힌 교향곡 6번 비창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우리가 흔히 '띠로리'라고 부르는 유명한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 곡을 작곡한 음악의 아버지 바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정말 귀에 익숙한 바흐의 클래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의 곡은 영화 <기생충>에 등장합니다. 헨델에 대해 알게 되던 과정에서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곡은 영화 <파리넬리>의 감동을 다시 떠올리게 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영화 <제5원소> 오페라씬 디바송까지 찾아 듣는 옆길을 선사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정이 이토록 신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배우는 이들이 사랑하는 영화 <불멸의 음악>, <아마데우스>, <말할 수 없는 비밀>,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음악 영화의 매력에도 푹 빠졌던 시간입니다. 영화 파가니니의 주인공 데이비드 가렛은 실제 바이올리니스트이기에 영화 속 명장면을 연주한 영상을 몇 번이고 보게 되더라고요.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자, 제발 쉽게 얘기하자, 클래식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소소한 정보와 재미를 주자는 목표로 만들어진 <클래식은 왜 그래>.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꼈던 클래식 세계를 이토록 재미있게 진입할 수 있다니, 책을 읽는 내내 감탄사 연발하며 읽었으니 성공적입니다. 있어빌리티가 있는 클래식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지만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였던 클알못이라면 이 책으로 입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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