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5 : 최초·최고 편 가리지날 시리즈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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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지날이란 오리지날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널리 알려져 이제는 오리지날보다 더 유명해진 것을 의미하는 조홍석 저자의 용어인데요. 익히 알고 있던 상식이 가리지날이라는 것을 짚어주는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인기만점이었을 것 같아요.


역시나. 가리지날을 혼자만 알기는 아까웠던지 지인들에게 폭로(?)하기 시작합니다. 10년간 지인들에게 보낸 메일과 칼럼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8년부터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으로 시리즈를 출간하게 됩니다. 일상생활, 과학 경제, 언어 예술, 한국사 분야에서 대다수가 모르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 그의 다섯 번째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최초, 최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상의 근원 우주 탄생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100년 전만 해도 우주는 한결같이 안정된 상태 그대로라는 '정상우주론'이 대세였습니다. 이후 우주가 한 점에서 대폭발해 탄생했다는 빅뱅 이론이 등장했는데요.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엔 이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상수를 넣은 사건은 유명하죠.


빅뱅 이론은 우주에 대한 이해가 진화론적인 우주론으로 바뀌는 패러다임 대전환을 이룬 사건입니다. 그럼, 여기서 가리지날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미국인들이 최초라며 우주의 기원을 밝힐 우주망원경을 '허블 망원경'이라 이름 짓고 지구 위 600여 km 궤도에 올릴 정도로 자부심을 가진 빅뱅 이론의 증거가 된 스토리에서 진짜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천문학자 허블이 알아낸 은하계 후퇴 현상만 알고 있었겠지만, 그보다 2년 앞서 벨기에 천문학자이자 가톨릭 신부인 조르주 르메트르가 팽창 우주론을 처음 제안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2018년 국제천문연맹 투표를 통해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바꿔 부르도록 권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빅뱅 원조를 두고 국가 간 자존심 경쟁은 우주 탄생 이야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덧붙여졌는데요. 사실 빅뱅 이론 창시자는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라고 할 수도 있다는데?! 1848년 그의 수필집에 실린 글에는 어마무시하게 시대를 앞선 빅뱅이론이 버젓이 실려있었다고 하네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공룡 세계 한 번쯤 거치지요. 우리 아이는 화석 수집으로까지 취미 확장이 된 바람에 아주 죽을 맛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강력한 티라노사우루스에 매혹될 법한데요. 트리케라톱스 화석과 함께 그 뿔에 박혀 죽은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되면서 초식 공룡 트리케라톱스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합니다.


공룡의 진화 과정을 식물 진화와 함께 설명하며 공룡의 역사를 짚어보기도 하고, 최애 영화 쥬라기공원의 벨로키랍토르는 오히려 데이노니쿠스 이미지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기똥찬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공룡 고기의 맛은 어떨지 상상해보셨을까요. 비둘기 고기나 닭고기 맛과 비슷할 거라는데 왜 그런지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거치고 나면, 본격 인간 세상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의식주와 관련한 최초, 최고 이야기에서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산업 스파이 문익점의 목화씨 밀수 성공 스토리가 가리지날임을 밝힙니다.


진실을 알려면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하는데요, 공민왕 시절 혼란스러운 정치 국면을 이해하면 당시 말단 관리였던 문익점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더라고요. 어쨌든 진실은 사절단으로 갔을 때 개량형 목화 종자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었는데, 사실 아무 제재 없이 그냥 가져온 게 진실이라는 겁니다. 목화에서 실 뽑는 기술도 원나라에 살던 고려인이 많아 잘 알려진 상황이었고요. 결과적으로는 의복 혁신을 이룬 공이 컸기에 후대의 칭송이 이어지며 살이 붙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밀수로 추앙받은 사례들을 더 소개하는데 이런 번외 이야기도 참 재미있습니다.


인상, 홍삼의 최고로 우리는 고려인삼을 당연시 여기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미국 인삼을 최고로 친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정말 우리 고려인삼의 질이 떨어지는 건지 저자는 역사를 통해 팩트체크해봅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가치로 연계하지 못한 우리 인삼의 슬픈 이야기라는 게 팩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스페인 독감 이름 자체가 가리지날이라는 것, 대규모 감염병의 유행이 정치, 경제면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촘촘히 짚어줍니다. 40일간의 격리 제도를 처음 시행했던 베네치아 이야기는 섬뜩해지더라고요. 이방인 거주 제한 시행령이었다고 합니다. 이때 터키인들을 건물에 감금했고, 이는 암암리에 유대인 거주 제한하던 일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감염병의 격리 제도가 게토 탄생으로 이어진 겁니다. 활발한 경제 활동하던 유대인이 사라지니 스페인 경제는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과학소설의 기원을 다룰 때 언급되는 1886년 프랑스 작가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라당이 쓴 소설 <미래의 이브>. 최초로 안드로이드라 부른 인조인간이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로봇이란 용어는 이후 1920년 체코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등장합니다. 로봇 탄생의 배경이 된 체코의 문화적, 산업적 특징을 알면 독특한 골렘 신화의 확장이 로봇으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식 기록과 관련한 필기구의 역사, 한글 타자기의 탄생, 한글 점자 훈맹정음의 탄생 이야기를 비롯해 시네마 천국을 이야기하며 시칠리아 역사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여정이 이어집니다. 일본어로 된 시력검표를 한글로 처음 바꾸고, 최초로 하드렌즈 시술을 도입하며 국산화 과정에 참여한 공병우 박사. 안과의사로서 엄청난 업적을 남긴 그는 한글 기계화에도 앞장선 선각자입니다. 공병우 타자기는 획기적 기술이 들어가 엄청난 빠르기를 자랑해 6.25 전쟁 이후 공식 문서는 모두 3벌식 타자인 공병우 타자기를 이용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손목 통증 증후군을 겪으며 쓰는 컴퓨터 키보드의 2벌식 자판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이야기에서 가리지날은 무엇일까요. 영화 시네마 천국의 메인 음악 '러브 테마'는 모리꼬네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실은 둘째 아들 안드레아 모리꼬네가 만들고(데뷔 음악이었다고) 엔니오 모리꼬네는 편곡을 한 작품입니다.


항일 투쟁 최초의 영웅 안중근 의사와 관련해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20대, 30대의 안중근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방정환 선생님과 어린이날 이야기, 해방 후 우리 민족의 농업기술 혁명을 이끈 우장춘 박사 등 우리 근현대사에서 최초와 최고를 찾아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유명한 말씀은 안중근 의사께서 하신 말이 아니다?! 물론 그 구절을 붓글씨로 써서 남기긴 했지만, 옛 명언 문구 중 하나라고 합니다. 조선 후기 사대부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했던 격언이었다고 합니다.


교과서나 교양서를 읽으며 알게 되었던 지식이 가리지날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하면서 배신감도 진하게 들었습니다. 몇 년 전에 과학자가 쓴 책에서 읽은 이야기조차 결국 허구로 판명되었다는 정보를 이 책으로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효용성에 주목하게 됩니다.


많은 자료 사진과 핵심이 잘 드러난 일러스트를 이용해 시각적 효과가 탁월한데다가 군데군데 귀여운 아이콘을 넣어 가독성을 높인 편집이 돋보인 책입니다. '걸어 다니는 네이버', '유발 하라리 동생, 무발 하라리'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유쾌한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조홍석 저자가 풀어주는 천문학, 역사와 과학, 예술 등의 분야에서 최초이자 최고의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가끔 옆길로 새기도 하지만 그 옆길조차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지식들이어서 비범한 상식으로 재탄생하는 가리지날 시리즈의 매력이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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