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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이야기 - 세상에 없던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경동.여산 지음 / 김영사 / 2021년 7월
평점 :
지금은 모바일 결제가 없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최초의 결제서비스 삼성페이. 한국 최초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김경동과 전략 기획가 여산 공저자가 삼성페이 개발 과정에 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PG사에서 병역특례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별다른 스펙 없이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삼성카드사에 입사해 모바일 결제의 절대 강자로 만들겠다는 꿈을 펼친 저자. 처음엔 모바일 카드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당시엔 비자 계열과 마스터 카드 계열이 충돌되어 동시 발급이 불가했던 시스템이어서 한국 최초로 멀티 브랜드 카드 발급을 목표로 삼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결제 현장에서 매장에 결제 단말기가 보급되지 않아 결제 상점이 없는 모바일 카드가 되면서 유명무실해집니다.
그러다 신세계 그룹과 함께 특별한 솔루션을 개발하게 됩니다. 미국 아마존 원클릭 결제를 국내 버전으로 원했던 신세계의 요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보안 정책상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이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러자 포커스를 바꿔봅니다. 왜 지금 결제 시스템이 불편한가에 집중해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이 시기에는 공인인증서 없이는 결제를 할 수 없었는데, 쇼핑하다가 결제가 불편해서 쇼핑을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겁니다. 결국 본인 휴대폰 인증 기반 간편결제 프로세스를 완성합니다. 한국 최초의 휴대폰 인증 결제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원클릭 결제가 아닌 간편한 결제로 한국 상황에 맞게 보완해나간 겁니다. 이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원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2013년 전후에는 전자지갑 시대입니다. 모바일 결제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로 이관되어 저자도 삼성카드사에서 삼성전자로 이직했을 때입니다. 통신사, 금융사, 유통사에서 멤버십카드를 담은 스마트월렛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통신사 계열을 제외한 카드사들은 앱카드를 내놓기 시작합니다. 앱카드는 한국 모바일 결제 확산의 핵심 인프라가 됩니다.
간단히 몇 줄로 끝나지만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에 카드를 넣는다는 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위험 요소가 많았고, 앱카드는 카드 정보가 카드사 서버에 저장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PC에서 주문하고 모바일로 결제하는 방식이 대세였기에 카드사 앱카드를 담은 삼성월렛에서 모바일 간편결제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최강의 전자지갑이 된 셈입니다. 때마침 인터넷 쇼핑도 PC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기획자 노트 코너는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결제의 본질을 고민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결제는 결국 쇼핑의 결과입니다. 결제에만 집중해서는 혁신의 폭과 깊이가 한정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고객이 결제 이전에 쇼핑을 하고 싶게 만들고, 재구매까지도 이어지는 매커니즘을 고민해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쇼핑의 흐름 속에서 삼성월렛이 결제 전후 쇼핑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당시엔 절반의 성공을 낳거나 실패한 프로젝트들이 있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고 이후 최대 최고 난도의 과제 도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NFC 결제 사업자들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도 성공 못했던 일 말입니다.
삼성월렛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2년간 쌓아올린 결제 시장 환경에 대한 노하우, 카드사들과의 원활한 협업 관계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며 삼성페이 서비스 과제에 올인합니다. NFC 결제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해준 MST 기술 덕분에 스마트폰 안에 MST 안테나를 내장해 깔끔하게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된 삼성전자. 2015년에 드디어 휴대폰을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삼성페이를 완성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장애물이 많았습니다. POS와 MST 결제 신호 간에 오류가 뜨는 등 현장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경험하며 해결하는 데 온 힘을 쏟은 정신없는 몇 개월을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삼성전자 임직원이 정작 삼성페이를 쓰지 못했던 겁니다. 법인 휴대폰과 법인 카드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해결책은 나왔지만, 개발 실무자들이 법인 폰과 카드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보니 사전에 고려 못한 웃픈 비하인드입니다.
논리적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추측보다 문화적 익숙함에 더 영향을 받는 결제. 3개월 치 광고비를 초기 1개월에 몽땅 몰아넣을 정도로 대중에게 소개했고, 다행히 모바일 카드 결제가 플라스틱 카드결제와 동일한 패턴으로 사용되면서 결제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삼성페이 때문에 경쟁사 제품에서 갤럭시폰으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삼성페이 이야기>는 삼성페이 성공 요인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동시에 아쉬운 점까지 생각해 봅니다. 삼성페이는 결제 수단인 카드와 계좌를 담은 컨테이너입니다. 어떤 카드여도 삼성페이에 등록하면 모바일 결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카드 대신 스마트한 매체로 이동한 거죠. 하지만 장점은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수익 없는 삼성페이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말입니다.
이 고민을 삼성에서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저자는 2019년 퇴사와 동시에 모바일 간편결제 솔루션 기업 올링크를 창업하며 결제 고객과 결제 매장을 선순환시키는 결제 기반 마케팅 플랫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삼성페이를 만들며 조금씩 채워나간 꿈을 자신이 추구하는 꿈으로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입니다.
지금까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장애물을 뛰어넘은 삼성페이. 이제는 누구도 매장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결제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이루기까지의 여정을 만날 수 있었던 <삼성페이 이야기>. 세상에 없던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