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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지구 안내서
가와무라 와카나 그림, 후쿠오카 아즈사 글, 김한나 옮김, 소여카이 감수 / 생각의집 / 2021년 6월
평점 :
지속성(permanent) + 농업(agriculture) + 문화(culture)의 합성어 '퍼머컬처'. 1978년 호주 생물학자의 책 <퍼머컬처 원>에서 처음 등장한 퍼머컬처는 자연의 에코 시스템을 참고해 지속 가능한 문화를 영위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어린이 책 <모두의 지구 안내서>로 아이들과 함께 퍼머컬처를 배워볼까요. 도쿄 어번 퍼머컬처를 이끄는 공생 혁명가 소여카이가 감수한 이 책은 소중한 우리의 집인 지구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알려줍니다.
뽀글머리 소여 모험대장이 들려주는 퍼머컬처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무엇이든지 만들고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연과 함께 놀며 살아가는 소여 모험대장을 따라가다 보면 퍼머컬처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어요. 지구 아끼기, 자신을 포함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모두 함께 나누기를 실천하는 퍼머컬처의 모험을 함께 하세요.
음식의 숲이라 부르는 텃밭을 직접 가꾸는 일부터 시작해볼까요. 숲의 모습에서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공원으로 달려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좋아요. 키가 큰 나무부터 땅바닥을 덮는 풀 등 직접 관찰해보라고 부추깁니다. 그냥 지나쳤던 모습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올 거예요.
텃밭 만들기가 어려운 일이 되면 안 되겠죠. 마당이나 베란다에서 키우지 않더라고 아이디어를 짜내면 어떤 장소든 밭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변에 있는 물건들로 플랜터를 만드는 법도 알려줍니다.
동반 식물 개념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놀랍더라고요. 토마토와 바질은 음식 궁합도 좋지만 키울 때에도 함께 키우기 좋은 식물이라고 해요. 바질은 조금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데 키가 큰 토마토가 딱 알맞은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물을 잘 흡수하는 바질과 물이 적으면 달달해지는 토마토는 최고의 궁합이래요. 게다가 바질향은 벌레가 싫어하는 냄새라고 하니 집에서 키우기 얼마나 좋은가요.
식물마다 가진 특성을 이용한 동반 식물 개념마저도 자연적이어서 마음에 쏙 듭니다. 농약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을 이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는 장치를 이용해 순환 고리를 직접 실천해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 먹는 음식은 누군가가 만든 것들입니다. 내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새둥지는 못 쓰게 되면 흙으로 돌아가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쓰레기가 됩니다. 환경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소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물과 전기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우리가 쓰는 물이 어떤 순환을 하는지,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를 직접 만드는 방법에 대해 들려줍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의 차이는 큽니다.
자연 속 생명의 순환을 알려주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두의 지구 안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눈앞에 있는 생명과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직접 감사 일기도 적어보거나 자료 조사를 하라는 미션이 등장합니다. 질문거리가 풍부하고 아이들과 독서활동할 수 있는 주제가 무척 많더라고요.
즐거움은 에지에 있다고 합니다. 종류가 다른 존재가 서로 섞여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이 생길 기회가 있는 곳을 뜻하는 '에지'. 자신이 사는 동네를 좀 더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게릴라 가드닝을 하면서 씨를 뿌릴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동네의 구석구석을 탐험해보는 즐거움도 누려보세요.
자연을 관찰해야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공간, 인간관계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 아이스크림 가게 주위는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많고 출근길 지하철은 좀비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가에 대한 이유와 의문을 품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발견과 해답도 발견된다고 말이죠. 해결책 찾기 놀이를 적극 권장하는 책입니다.
퍼머컬처를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폐교에 시민 공방을 만들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텐더 씨, 생명의 유대를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학교, 어떤 일이든지 후손 7세대의 아이들까지 생각해서 살자는 가르침을 준 미국 선주민의 '세븐 제너레이션'도 인상 깊습니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서로 주는' 행위가 돈을 대신합니다. 돈을 쓰지 않고 지구가 공짜로 주는 것을 찾아보고, 지구에게 보답할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그 아이디어를 짜내도록 마음을 부추기는 <모두의 지구 안내서>. 지구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약속을 다짐하는 데 도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