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페리노의 회상 - 인류 평화를 향한 장 앙리 뒤낭의 염원
장 앙리 뒤낭 지음, 배정진 엮음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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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장 앙리 뒤낭의 책 <솔페리노의 회상>을 청소년판으로 만나봅니다. 사진과 그림 자료가 있어 역사적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현재 남아있는 유산을 볼 수 있어 읽는 맛도 좋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출신 장 앙리 뒤낭은 1859년 카스틸리오네 지역을 지나다 솔페리노 전투의 참상에 충격받아 부상자들을 간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3년 뒤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책을 펴냅니다. 이 책에는 고통과 슬픔의 현장을 묘사했고, 전쟁 시 부상자의 치료를 돕도록 훈련된 구호단체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책 덕분에 국제적십자운동이 시작될 수 있었다고 하니 의미가 큽니다. 솔페리노는 작은 도시지만 국제적십자사가 창설되는 계기가 된 역사적 장소입니다.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은 유럽 곳곳에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의식을 심어줬지만, 나폴레옹의 패배로 유럽 열강들은 나폴레옹 이전 시대로 되돌아갑니다. 분열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놓이고 독립전쟁을 벌이지만 순탄치 않습니다.


1859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30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20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을 사이에 두고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사르데냐 연합군 사이에서 벌어진 단 하루 동안의 격전. 바로 이탈리아 통일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솔페리노 전투입니다.


이탈리아가 승리했으나 양쪽 모두에게 엄청난 사상자를 냈습니다. 1859년 6월 24일 금요일에 약 4만 명의 연합군 사상자가 나왔고, 2개월 후에는 여기에 다시 4만 명이 추가됩니다. 여기서 숫자에 의문이 생깁니다. 15시간 넘게 계속된 하루의 전투가 끝나고서도 피해가 극심합니다. 총탄 속에서 살아남았더라도 제대로 치료와 간호를 받지 못한 채 피로와 굶주림에 죽어간 겁니다.


솔페리노 전투는 군사 전략이나 승리의 관점이 아닌 중립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럽의 대참사라고 말할 정도로 사상자 수로만 보면 보로디노 전투, 라이프치니 전투, 워털루 전투와 비교할 수 있는 19세기 유일한 전투라고 합니다.


장 앙리 뒤낭은 사업차 프랑스 나폴레옹 3세를 만나러 가던 중 참상을 목격합니다. 아군과 적군을 불문하고 많은 부상자가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맨땅에 버려진 겁니다. 다행히 부녀자들과 여행자, 상인, 신문기자 등이 합심해 자원봉사대가 결성됩니다. 물과 먹을 것을 챙겨주고 상처 부위를 붕대로 감싸고 피투성이 몸을 닦아주는 일을 아수라장 속에서 해내지만, 턱없이 부족한 물자와 인력난에 지쳐갑니다.


솔페리노 전투의 직격탄을 맞은 카스틸리오네 지역은 특히 참담한 현실이었습니다. 부상병들은 고통을 견디다 죽어갈 뿐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장 앙리 뒤낭은 무력감과 괴로움, 도덕적 갈등을 겪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과장해서 말하는 영광이 얼마나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얻는 것인지를 롬바르디아 지방의 많은 병원에서 보고 깨달았다." - 책 속에서


장 앙리 뒤낭은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도덕심, 부상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자 했던 인간적인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국적의 차별을 두지 않고 돌본 장 앙리 뒤낭의 모습은 자원봉사대들의 귀감이 됩니다.


<솔페리노의 회상>에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묘사됩니다. 차라리 전장에서 갑작스럽게 죽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비통함과 상심이 가득 찬 상황이 이어집니다.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자격과 경험을 갖춘 봉사원의 필요성이 절실해집니다.


연민과 충격을 헌신, 인내, 자기희생으로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희망하는 장 앙리 뒤낭. 크림전쟁 당시 나이팅게일이 보여준 행동에 찬사하면서도 국제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은 없던 당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을 <솔페리노의 회상>에서 합니다.


전시 부상자들을 위해 열성적이고 헌신적이며 자격을 충분히 갖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구호단체를 설립하는 것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구호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지며 공론화합니다. 구호단체 설립에 관한 그의 생각은 결국 1863년 국제적십자위원회 창설, 1864년 최초의 다자조약인 제네바 협약으로 이어지며 국제적십자운동이 시작됩니다.


인도적 지원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네바 협약 덕분에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구호단체가 각국 내에 설치되었고, 부상병을 돌보는 구호요원을 보호하고 이들의 의료 활동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사상이나 태도를 넘어 실천과 행동의 의미를 담은 인도주의의 발현입니다.


<인류 평화를 향한 장 앙리 뒤낭의 염원 : 솔페리노의 회상>에는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함께한 대한적십자사의 44년 동안의 이야기도 간략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인도주의 정신과 연대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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