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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평점 :

철학자이자 소설가, 단편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겸 편집자 등 다양한 이력으로 프랑스에서 새로운 철학 읽기 바람을 불러일으킨 올리비에 푸리올 저자의 <노력의 기쁨과 슬픔>.
이 책이 출간된 계기가 재밌습니다. 아이들을 애써 재우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지칠 때까지 기다렸더니 별다른 노력 없이도 눈 깜짝할 새 스르르 잠이 든 아이들. "결국 이렇게 쉽게 될 일인데"라는 말로 시작된 편집자 친구와의 대화는 어떤 상황에서는 노력이 무용할 뿐 아니라 비생산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언제 출판할까?"로 탄생한 <노력의 기쁨과 슬픔>. 철학자가 들려주는 성공을 위한 '노력'의 함정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성공이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가와 상관이 없었다." - 책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노력하지 않음'일 겁니다. 완벽에 집착하기에 실수를 두려워하는 우리는 불완전함을 걸림돌로 치부합니다. 그렇기에 '노력하지 않음'이야말로 최고난도 기술입니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성공이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가보다는 얼마나 자연스럽고 손쉽게 해냈는가에 초점 맞춰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하기 그리고 시작하기가 필요합니다. 역설적이죠. 시작하기 전에 계속하기라니.
데카르트는 망설임을 악 중에서도 최고의 악이라고 했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망설이는 게 아니라 망설이기 때문에 길을 잃는 거라고 말이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안다면 행동할 이유도 없다는 것, 무언가를 시작할 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결정적인 순간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니모의 사랑스러운 낙천주의 캐릭터 '도리'의 명언 "계속 헤엄쳐"는 앞으로 나아가라고 외칩니다. 불완전함을 걸림돌이 아니라 발판으로 만들어 앞으로 나아갈 때 오히려 나를 온전히 만들게 됩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심지어 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아도 해내곤 합니다. 나에게 쉬운 일이라도 다른 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쉽게 하니까 나도 쉽게 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만 듣고 훈련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무작정 훈련하는 건 낭비라는 데 있습니다. 집요하게 매달리며 자기부정을 거듭하다 보면 집착에 빠지게 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충분히 노력하면 누구든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착각하며 모든 것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고 믿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낭비 없는 최선의 노력이 가능할까요. 처음에 일단 계속하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행동하고 싶다면 과도한 생각이 행동으로 나아감을 방해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생각 멈추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불안함이란 삶을 가로막을 만큼 경직된 상태에서 비롯한다고 합니다.
생각을 비우려면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자세 찾기부터 시작합니다. 너무 노력하지 말라는 것은 눈 뜨고 지켜보지도 말라는 게 아니라 눈을 뜨되 긴장 없는 '응시' 상태입니다. 결국 편안함이 전제되어야 하는 거죠. 두려움, 조바심을 떨쳐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잊어야 한다." - 책 속에서
성찰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문제는 대부분 행위로 쉽게 해결된다고 합니다. <스타워즈>의 요다는 루크에게 "노력하지 말아라.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거지. 노력해보는 건 없어!"라고 합니다. 목표에 대한 의식이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일에만 열정적으로 몰입할 만큼 무언가에 푹 빠지면, 비로소 가장 나다워집니다. 철학 시험 점수 20점 만점에 4점인 졸업반 학생을 과외한 경험을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하고, 겨냥하지 않은 채 적중하는 법을 이야기한 저자의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자, 집중하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진짜 집중이 될까요. 너무 열심히 보려고 하면 오히려 보지 못하듯, 집중도 올바른 방향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배워야 합니다. 저자는 데카르트, 플라톤, 시몬 베유 등이 말한 집중의 메커니즘을 정리해 줍니다. 그중 피로는 노력과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하는 내용이 인상 깊습니다. 근육만 긴장됩니다. 피로가 느껴질 땐 노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서야 수긍하게 됩니다.
"어떤 목적은 간접적으로만 달성될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습니다. 목적으로 삼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 뭔가 아등바등했던 느낌이 빠지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결국 현실을 더 잘 살게 해주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비행기에서 읽기 위해 공항에서 느닷없이 사는 책처럼 가볍게 읽는 책이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힘을 좀 빼고 읽으면 훨씬 저자의 의도에 맞게 읽는 거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