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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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니컬 아트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식물학자의 노트>.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그림과 식물학을 이토록 멋지게 융합해 식물학자이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로 활동하는 신혜우 저자의 책입니다. 그동안 컬러링북에서나 만나던 보태니컬 아트의 진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여성 과학자의 에세이 <랩걸>의 한국판 표지에 사용된 참나무겨우살이가 신혜우 저자의 그림이라고 합니다.


식물 그림 쉽게 볼 게 아니더라고요. 그리는 식물 종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전 생애를 관찰하여 최소 1년에 걸쳐 제작된다고 합니다. 관찰해야 하는 부분을 놓치기라도 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하고요. 그런 과정이 집약된 완성물이 한 장의 그림으로 남게 됩니다.


식물의 입장에서 그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배우는 식물학자 신혜우의 <식물학자의 노트>. 충실한 연구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식물에 관한 지식 정보를 가득 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을 대표 그림으로 그려냈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식물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서른한 가지 이야기를 통해 식물의 생존방식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혜를 뽑아냅니다.


우리나라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식물이 총 아홉 종인데 그중 여섯 종이 난초입니다. 난초는 식물 진화의 최고봉으로 손꼽히지만 그만큼 인간의 손길에 무참히 꺾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멸종위기 2급 대흥란을 시작으로 조화롭게 최적의 상태가 되어야 싹 틔우는 난초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놀라운 점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지만 식물에게 도움을 주는 곰팡이에 관한 겁니다. 광합성 대신 곰팡이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난초처럼 자연에 의존해 공생하며 번성하는 개체들은 환경적인 변화에 생장이 좌지우지된다고 합니다. 땅, 물, 공기, 곰팡이 모두 최적의 조건이 되지 않으면 평생 휴면 상태로 머무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는 것들의 존재 가치를 일깨우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그 깊이가 더해지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씨앗이 날아가는 방식이 동물, 곤충, 바람, 물 등에 의존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총알처럼 날아가는 씨앗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힘이 의외로 대단하다는 걸 알고는 또 한 번 놀랍니다. 자신의 힘으로 씨앗을 날려보내는 '자기 산포' 방식은 씨앗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추진력에 달려 있습니다. 인간 역시 잠재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추진력을 쓰는지 고민해 보게 됩니다.


꽃이 전혀 필 것 같지 않은 식물인 개구리밥도 아주 미세한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꽃이 피는 식물 가운데 가장 빠른 번식 속도를 자랑한다는 겁니다. 사실 개구리밥은 꽃을 피우는데 에너지를 사용하기보다 번식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빠른 성장, 높은 단백질 함량을 가진 개구리밥의 게놈이 2014년에 밝혀지면서, 미래 동물 사료, 수질 오염 개선, 이산화탄소 감소를 위한 대안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식물이라고 합니다.


원래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여 살게 된 귀화식물 이야기도 나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 추적하는 여정이 흥미진진합니다. 귀화식물의 역사는 우리 역사의 격랑과 함께 해왔다는 걸 알게 되니 또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생존 능력이 강해서 생태계 교란을 초래하기도 할 정도인 식물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소멸한 식물도 많았겠지만, 그 위기를 이겨내면 결국 오래 기억되게 됩니다.


독도에는 식물 60여 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2014년 독도 식물 연구원으로 독도 식물을 접했다는데, 아무리 살기 힘든 환경일지라도 살아내야 하는 터전을 가진 식물들의 생존 능력을 살펴보게 됩니다. 거친 비바람과 파도를 견뎌낸 식물들에서 생명의 숭고함을 느끼게 됩니다.


약점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새로운 생존방식을 위해 타고난 강점이 되는 방식으로 되는 이야기는 울림을 줍니다.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는 인간 역시 이러한 식물의 생존 방식에서 배울 만한 점이 많습니다.전혀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며 도전의 길을 걸었던 식물이 있듯 식물들이 얼마나 특별한 방법으로 살아가는지 알면 알수록 인생의 길도 여러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일반 에세이보다는 더 전문적인 식물학 정보를 만날 수 있는 <식물학자의 노트>. 깊이 있는 교양 지식을 만나고 싶었던 일반인에게 지적 충만감을 안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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