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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사계절에 따라 저마다의 모습으로 다채로운 생존 능력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 땅의 풀꽃과 나무. 그저 주변 배경으로만 봤지 세심하게 살피질 못했고, 아는 게 없어서 알아보지 못하니 이번 생에 들꽃과 나무와 친해지기는 글렀다 싶었어요. 다행히 요즘은 사진 찍으면 알아서 이름을 찾아주니 훨씬 수월하긴 하지만 아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만난 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 현 국립세종수목원 초대 원장이자 식물에 진심인 식물학자 이유미 저자와 우리나라 대표 야생화 사진작가 고 송기엽 저자의 책에서 우리의 땅을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풀꽃과 나무를 만나봅니다.
여린 듯 강한 새싹을 보면 언제나 싱그러운 마음이 샘솟습니다. 콩나물처럼 새싹이 올라오는 귀여운 노루귀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가녀린 새싹에서 씩씩한 용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 안 화분도 아니고 숲에서 새싹이라니, 생각해 보니 저는 한 번도 타이밍을 못 맞췄던 건지 본 기억이 없습니다.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은 봄숲에서 우리 꽃을 만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몸을 낮추고, 천천히 걸으며 시선을 길이 아닌 숲에 두고, 오감을 동원하라고 합니다. 자연을 재발견하는 즐거움도 선사합니다. 도감도 만들어 보고, 꽃잎을 눌러 카드도 만들고, 꽃 요리를 해 먹는 호사를 누릴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마세요.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에게 참의미가 되어 자리 잡듯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면 숲은 친구가 됩니다. 이름과 실물을 매끈하게 매치시키는 능력을 발휘하려면 자주 자연을 만끽해야겠죠.
<내 마음의 들꽃 산책>에 등장하는 우리 땅의 식물들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평생 한 번도 못 봤던 예쁜 꽃이 어찌나 많던지요. 어떤 건 뾰족한 꽃잎을 가졌고 어떤 건 동글동글한 꽃잎을, 귀여움에서 우아함까지 분위기도 제각각입니다. 빛깔은 또 얼마나 놀라운지. 자연의 색은 정말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꽃의 향기를 상상할 수 없어 아쉬워요.
한라에서 백두까지 산으로 섬으로 전 국토를 누비며 이 땅에 존재하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내 마음의 들꽃 산책>. 봄꽃이 사라지고 진짜 여름이 되기 전 난초들의 세상을 탐험할 땐 자생지 난초들이 수난당하는 왜곡된 난초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울림을 줍니다. 가장 진화한 식물 집안이 난초라고 합니다. 고품격 취향에 걸맞게 난초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귀화식물과 외래식물에 대한 정보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우리 주변에 핀 민들레는 대부분 외래식물이라고 합니다. 외래식물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그 특징을 알고 관리,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알려줍니다. 본래의 고향이 우리 땅이 아니지만, 이 땅에 들어와 스스로 씨를 퍼트리며 살아 나가는 완전하게 정착한 귀화식물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그 외 보통의 도감엔 없지만 우리가 많이 부르는 들국화와 관련해 국화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 원예종과 야생화의 차이도 알려줍니다. 그저 풀로만 생각했지 작디작은 꽃이 피는 잔디 이야기도 재미있고, 식물에게 힘든 계절인 겨울을 견뎌내는 모습에서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꽃눈의 뽀송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나무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수백 년 동안 가장 잘 보전된 숲이 바로 광릉숲이라고 하니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주변에 너무 흔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나무도 있습니다. 은행나무 꽃 보신 적 있으세요? 수꽃과 암꽃의 모양이 다른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은행이라는 열매가 열리니 당연히 꽃이 필 텐데 지금까지는 꽃을 아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솜사탕 향이 진동한다는 계수나무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오직 이 땅에서만 나는 특산 식물은 우리가 보존하지 않으면 지구에서 사라지는 식물입니다. 희귀한 특산 식물에 관한 이야기도 꼭 알아둬야 할 이야기입니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게 바로 한국전나무인 구상나무라고 합니다. 정작 우리 땅에서는 사라지고 있고 해외에서 널리 인기를 얻고 있다니 기묘한 느낌입니다.
사계를 함께 하며 만날 수 있는 이 땅의 풀꽃과 나무들. 알면 눈에 잘 띄듯 앞으로는 주변의 들꽃과 나무의 존재를 조금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