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온갖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할 마지막 관문 법원.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정작 평등함을 느끼는 건 돈 있는 자들 뿐일 겁니다. 높고도 높은 문턱을 넘어서 겨우 재판이 시작되면,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법정 실태에 또다시 진이 빠집니다.


기득권의 논리로 가득하고 틀에 박힌 판례로 부당하고 불공정한 법정. <불량 판결문>에 소개된 사례들은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문제의식을 느낄 법한 주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의도적 눈감기'의 카르텔입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최정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과 공익을 위해 대한민국 법정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법학부 교수 오다카 도모오가 1937년 <법철학> 책에 소크라테스 사례를 들며 쓴 문장 '악법도 법이다'. 국가주의를 지탱하는 논리를 제공한 대표적인 법철학자가 한 말이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악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고 최정규 저자는 짚어줍니다.


'판례에 따라' 인용하는 판결문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의 논리에 세뇌당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품어봤는지요. 법조인이라면 기존 판례부터 찾아보는 게 루틴화되어 있지만, 그저 판례니까 당연시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멈추고 재고해보는가의 문제입니다.


법은 국회에서 만들어지지만 '해석'이라는 공정을 법원에서 거칩니다. 결국 악법은 법원에서 재생산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얻은 최정규 변호사가 앞으로 바꿔나갈 새로운 판례가 기대됩니다.


생략되고 왜곡되는 피의자 신문조서, 법정에서의 변론조서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 불편부당한 민원 서비스 등 법원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온갖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전지적 변호사 시점에서 폭로하는 사례들을 보며 설마 이 정도까지였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불량한 법원에 브레이크를 거는 <불량 판결문>. 최정규 변호사가 말하는 불량 판결문이란 어떤 판결문을 말할까요.


패소한 이유가 통째로 생략된 판결문,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버젓이 기록된 판결문, 특정 판례 문구를 기계처럼 붙여넣기 한 판결문… 이런 판결문으로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억울한 국민들이 억울함을 제대로 헤아려달라며 선택한 법원. 판사는 사건을 성심성의껏 검토하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판결문에 잘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 이게 이상한 일인가요.


제한된 인력으로 각종 소송을 처리하는 사법부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론을 펼치는 최정규 변호사의 목소리가 옳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판결문이 쏟아지니 차라리 인공지능 로봇을 판사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게 당연하지요.


2014년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을 승소로 이끈 최정규 변호사. 당시 판결문을 보면 피해 장애인들에게 위로가 될 좋은 판결문만 남긴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것들이 악영향을 남겼는지 쟁점 사항이 되는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습니다. 이 판결문은 이후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의 판례로 인용되기 좋았고 결국 악영향을 남기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생산되는 판결이 과연 옳은지 묻고 따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공무원은 실수로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데, 판사는 실수해도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고 합니다.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재판이 또 등장합니다. 제대로 서류를 확인하지 못한 재판부에 과실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 소송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소멸시효 완성을 앞둔 마지막 날, 소장을 제출할 정도로 결심한 변호사의 의지가 대단합니다. 결국 1심과 2심에서 패소하며 불량 판결문을 받았고,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현재진행형 사건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한 판결을 선고할 권한을 국민에게 위임받은 판사가 권한을 행사하며 실수를 했다면 더 철저하게 책임져야 하지만, 판례는 '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면죄부를 줍니다.


재판부의 역할에 대해 사이다 일침을 놓는 <불량 판결문>. 학교 폭력, 성범죄, 음주 등 논란이 된 판결, 법 제도, 사건사고를 통해 대한민국 법 시스템의 맹점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로스쿨에서 공부 중인 예비 법조인이라면 만연한 의도적 눈감기를 배우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닌, 정의로운 사회와 법이 무엇인지, 현대사회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다 함께 고민해 보도록 촉구하는 이 책이 도움 될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