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그림책 -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책 시간
황유진 지음 / 메멘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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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림책> 황유진 작가가 그림책 읽듯 두 아이를 읽어온 육아 기록 <너는 나의 그림책>. 열 살과 일곱 살이 된 딸들과 함께 맛본 감동과 위안의 순간들을 수집한 스크랩북이자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변화한 가족 역사책입니다.


어른이 되어 새롭게 만난 그림책 매력에 풍덩 빠졌던 황유진 작가는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림책 친구가 생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꼼꼼하게 육아일기 쓰겠다는 결심은 사치였고, 초짜 엄마는 점차 말을 잃어갑니다.


그때 다시 힘을 준 건 그림책이었습니다. 솔직히 힘겨운 육아를 피해 나를 지키기 위해 들여다본 그림책을 통해 보편적인 어린이의 마음을 배워가는 동시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이의 마음에도 가까워졌다는 고백이 뭉클하면서도 공감됩니다. 도피성으로 뭔가를 찾다가 그림책에 푹 빠져든 엄마들의 경험 많을 거예요.


엄마와 자기를 이어주는 끈을 그림책에서 찾은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 육아휴직을 갖는 동안 책에 집착했다고 합니다. 둘째는 둘째대로 워낙 다른 기질의 아이여서 아이들이 내뿜는 엄마에 대한 집착을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쯤 되면 그림책 읽기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픈 마음이 가득하지만 결국 힘듦의 시간은 그림책이 해결해 줬다는 걸 지나고 보면 깨닫게 됩니다.


엄마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정류장 근처에서 기다리던 첫째 아이의 마음과 닮은 <엄마 마중>, 모성애를 그린 <엄마 사슴>으로 둘째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한 결단의 대가를 아이에게 떠넘기는 일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고된 육아로 허덕이며 불안과 실망감, 죄책감이 가득했던 마음을 다독이기도 합니다.


<너는 나의 그림책>을 읽으며 우리 집 그림책 읽기 역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을 만들어준 그 시간들. 되돌아보면 그림책이야말로 우리 아이를, 나를 키웠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특히 좋아했던 그림책이 등장하면 더 반갑습니다. 이 그림책으로 이 가족도 이런 감동과 위안을 받았구나 싶어 동질감을 느낍니다. 당시엔 왜 그토록 끌렸는지 몰랐지만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그림책도 있어 책장에 고이 잠들었었던 그림책을 다시 한번 펼쳐들기도 합니다.


투닥거리고 힘든 날이 많아도 아이는 부모의 사랑으로 세상에 나갈 힘을 기르듯, 부모의 아이의 사랑을 통해 세상을 견딜 힘을 얻는다는 걸 보여준 <너는 나의 그림책>. 한 가족의 역사 속에서 적재적소에서 만난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어주는 행위 자체가 벅찬 사랑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그림책 읽어주기는 거의 등한시되지만 황유진 작가처럼 설렁설렁 오래오래 함께 읽어보세요. 우리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책을 삶에 녹여내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며, 그렇게 육아를 실천한 황유진 작가. 잔소리 100마디 보다 강력한 그림책의 힘은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책이 함께 했기에 지금 이렇게 추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풍성한 선물이 되어준 고마운 그림책입니다.


<너는 나의 그림책>에는 부록으로 지난 10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 리스트도 있습니다. 그저 엄마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읽는 그림책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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