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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6 세트 - 전6권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전 세계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SF 고전 <듄>. 1965년 출간을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많은 서브컬처에 영향을 끼친 SF 소설입니다. 1984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영화로 선보였었고, 2021년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도 개봉 예정이지요.
양장본으로 새롭게 편집된 듄 신장판 세트의 아우라. 듄 세계관이 잘 반영된 디자인이에요. 책장에 꽂아뒀을 때 비주얼 짱입니다. 1권은 두툼한 벽돌책, 2권만 살짝 얇고 모두 만만찮은 분량을 자랑합니다. 겉표지를 벗기면 그라데이션 색감은 속에도 고스란히. 1권 듄, 2권 듄의 메시아, 3권 듄의 아이들, 4권 듄의 신황제, 5권 듄의 이단자들, 6권 듄의 신전까지 방대한 듀니버스를 맛볼 수 있는 듄 시리즈입니다.
소설로 시작하기 전에 듄 그래픽 노블 1권을 먼저 읽어서 간략 스토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픽 노블에서는 한 장으로 끝나는 장면이 원작소설에서는 수 십 페이지에 달할 정도예요. 소설을 읽다 보니 그래픽 노블은 정말 핵심만 딱 추려서 압축이 잘 된 책이란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압축된 만큼 깊이 이해하는 데 아쉬움이 있긴 하더라고요.
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사막의 행성 아라키스. 이곳엔 노화를 막는 스파이스인 멜란지가 생성되는 곳입니다. 돈이 되는 것인 만큼 아라키스를 차지하기 위한 온갖 음모가 난무합니다. 그중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네 가문은 불구대천의 적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듄 1권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아라키스에 새롭게 터전을 잡는 시기에 하코네 가문의 음모로 공작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공작의 후계자 폴을 중심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역경을 그려갑니다.
매 장마다 이룰란 공주의 글을 인용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무앗딥이라 불린 사람의 기록이 펼쳐질 거라는 걸 보여줍니다. 무앗딥은 공작의 아들 폴을 부르는 말입니다. 폴에게는 숨겨진 능력이 있습니다. 예언이 담긴 꿈을 꾸기도 하고, 시공을 연결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타고난 퀴사츠 해더락이라 불리는 미지의 인물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능력은 어머니 제시카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생각하는 기계와 로봇들의 반란 이후 인간의 정신 및 신체 훈련을 위한 학교 베네 게세리트 출신인 제시카의 이야기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음유 시인이자 전사인 거니 할렉, 암살단 대장 투피르 하와트, 기나즈 가문의 검술 대가 던컨 아이다호 등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이 폴의 주변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라키스의 부족 프레멘의 속담에 '신은 신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아라키스를 창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라키스 행성은 인간이 살기에 혹독한 곳입니다. 스파이스를 채취하기 위해 모래벌레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하고, 물 한 방울이 귀한 곳입니다. 공작의 죽음 이후 사막에 버려진 폴과 제시카가 살아남기 위한 여정이 흥미진진합니다.
듄 1권은 통치자가 되기 위한 폴의 성장기입니다. 현자의 지식, 위대한 자의 정의, 올바른 자의 기도, 용감한 자의 용맹. 이 네 가지가 세상을 지탱한다면, 이 모든 것을 다스리는 법을 알아야 제대로 된 통치자인 겁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능력의 이면에 대한 두려움도 지니고 있던 폴이기에 그의 여정이 올바르게 나아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됩니다.
듄 신장판 1권에서는 듀니버스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듄 생태계와 종교, 베네 게세리트 등에 대해 소개합니다. 용어 인덱스도 있어요. 아무런 정보 없이 듄을 읽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낯선 용어들을 많이 만날 겁니다. 모르는 단어 나올 때마다 뒤쪽을 찾아 읽기보다는, 1권 중반 정도까지만 읽어도 어느 정도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추측이 되는 용어도 많으니 스토리에 집중해서 쭉쭉 나가면 좋습니다.
듄 신장판 5권에는 드디어 작가의 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듄을 쓰면서 어떤 메시지가 담기길 원했는지 프랭크 허버트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국의 신분 제도가 유지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가부장적 태도가 거슬리는 독자도 있을 듯싶어요. 첩 단어도 나오거든요. 폴의 어머니 제시카는 공작이 공작부인을 애초에 두지 않은 상태였기에 정확히는 첩의 신분입니다. 정치적 상황 상 이런 식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문체 역시 듄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저는 낯설더라고요. 그럼에도 듄의 세계는 푹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SF 좀 읽는다 하는 독자라면 듄은 한 번쯤 독파해야 할 책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