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서재 -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책 읽기의 힘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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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서평칼럼 <마음을 읽는 서가>를 연재하며 어떤 책을 보더라도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일상과 심리를 연결할 수 있는 눈으로 자기만의 독서 관점을 확고히 보여준 하지현 작가의 신간 <정신과 의사의 서재>. 이 책은 마음의 코어 근육을 기르기 위해 해온 마음 홈트레이닝인 독서에 대해 들려줍니다.


마음의 코어가 강화된다는 건 책을 통해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독서를 하면서 체험하는 간접 경험은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며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잘~ 해야 합니다. 편협한 신념으로 확고해지거나 파벌적 태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가 필요합니다. 그런 오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는 마음 근육을 단단히 만들기 위한 생산적인 독서의 기술에 관한 책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책 읽기에 관한 책인 만큼 심리 문제와 연관된 독서 노하우가 담겨 있고, 심리학 책에 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정신과 의사와 서재가 가진 의미 두 가지를 소홀함 없이 잘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에 끌려 읽는 독자의 욕구를 만족시킬만한 정보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정된 분야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의외의 재미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만화 애호가일 정도로 제대로 꽂힌 분야도 있고, 편식을 하지 않으려는 다독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인간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 개인의 정신적 병리를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힘을 쫙 뺀 글이어서 읽기 수월하기도 했습니다. 위트 있으면서도 솔직담백한 이야기들 덕분에 읽는 맛이 좋았어요. 하지현 작가가 어린 시절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적나라하게 고백해 심리적 거리감을 확 줄여놓습니다. 아는 척 배틀을 일삼으며 좀 아는 애로 불리게 된 게 자존감의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책 안의 지식과 정보를 뽑아서 내 안에 쌓아놓고 있다가, 그것을 적재적소에 잘 꺼낸 덕분에 박학다식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건 상당히 괜찮은 기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모든 이유에는 이처럼 한 꺼풀만 걷어내도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평가로 덕업일치를 누리기 이전에 그도 물론 초보 리뷰어 시절을 겪었습니다. 치기 어린 리뷰어 사춘기를 지나왔다고 소회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낯 뜨거운 그 시절을 거쳐왔기에 지금의 그가 있을 테지요.





<정신과 의사의 서재>에서는 만화방을 가는 이유,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서점을 방문 리스트에 넣는 이유, 정신과 의사가 책 처방을 하는 이유 등 일과 삶을 키우는 독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습니다. 독서법에 관한 책답게 책 고르는 법, 다독 루틴을 만드는 법, 책 정리법 등 독서의 기술을 알려주는 건 물론이고요.


저도 책을 꾸준히 읽어오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독서 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다행히 하지현 작가의 독서 스타일이 저와 결이 맞는 편이어서 읽는 데 거부감 없이 공감하며 편하게 읽었어요. 공감 포인트 중 기억에 남는 건 완독의 기준점이 높은 편이라는 데서 끄덕끄덕, "취향이란 어쩔 수 없다"며 정보 흡입 욕구가 강한 독서 패턴을 한결같이 유지했다는 데서 끄덕끄덕, 1년간 독서의 윤곽과 흐름을 그려보는 연말 결산 작업을 한다는 데서 끄덕끄덕, 그리고 무엇보다도 "혼자 읽는 게 좋다"에서 격하게 끄덕였습니다.


어쨌든 그가 하는 말의 요점은 책은 숱하게 쏟아져 나오고 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여러 번 읽기도 힘든 만큼 자신만의 독서 원칙을 갖춰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 원칙을 찾아가는데 멘토 역할을 제대로 하는 <정신과 의사의 서재>입니다.


2009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읽은 책 중 별점 5개를 준 도서 리스트를 훑으며 작가만의 일관된 취향이 묻어있는 다독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는 스스로 어떤 독서가인지 정체성을 확고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마다 책 읽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책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단단한 마음 코어일 겁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든든한 지식 창고를 알차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신과 의사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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