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의 양식 - 한식에서 건진 미식 인문학
송원섭.JTBC <양식의 양식>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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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문학을 다룬 알쓸신잡만큼이나 재미만점이었던 JTBC 8부작 교양프로그램 '양식의 양식'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음식 연구가 백종원, 제목을 지어주신 문학평론가 정재찬, 건축가 유현준, 지대넓얕 작가 채사장, 동방신기 멤버이자 아마추어 요리연구가로 거듭나고 있는 최강창민까지 5인방이 우리가 즐겨먹는 우리나라 대표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냉면, 국밥, 치킨, 짜장면, 불고기, 삼겹살, 삭힌 맛에 대한 한식 8가지를 담은 <양식의 양식>.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식들입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도 많아 새로운 지식을 많이 쌓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세 사람이 돼지 한 마리씩을 먹어치우는 수치로 도축된다는 돼지. 특히 삼겹살에 대한 편애는 대단합니다. 그런데 삼겹살을 구이로 해 먹는 건 겨우 50~6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요. 우리 역사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은 기록이 1931년에야 처음으로 문헌으로 등장했고, 이 역시 오늘날의 구이와는 다른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유난한 소고기 사랑에 대해서도 불고기 편에서 다루고 있고, 소고기만 탐식하던 한국인 식성이 언제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양식의 양식>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돼지 중에서도 유독 삼겹살 사랑이 대단해진 이유를 살펴보는 과정도 흥미진진합니다.





한국인 원조 패스트푸드 국밥! 저도 장터국밥, 콩나물국밥, 소고기국밥 등 국밥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뚝배기 세척 논란이 있어 여전히 찜찜하긴해도 국밥을 손에 놓을 수는 없더라고요. 말아먹는 문화는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하니, 그제서야 국밥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밥과 국, 반찬을 곁들인 한상 차림 백반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우리 문화사를 고스란히 담은 음식인 백반을 소개할 땐 상차림에 관한 변화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원래 우리는 1인 1상이었다는 걸 일깨웁니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에만 해도 할아버지는 무조건 1인 1상이었고, 1인 상차림에 적합한 자그마한 상이 몇 개씩 집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상 푸짐하게 가득 내놓는 건 일본 교자상의 영향을 받고서부터라고 합니다. 오늘날 볼 수 있는 상다리 휘어질 정도의 한정식이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은 아니었네요. 


재밌는 건 치킨과 짜장면이 이 책에 소개된 부분이었어요. 이 둘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되었습니다. 한식 카테고리에 포함되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전통음식이 아닌데도 친숙하고 한국 음식이라 부르고 싶은 치킨. 본고장 미국 멤피스에서 치킨을 직접 만나보기도 합니다. 짜장면 편에서는 우리나라 화교의 정착사를 포함해 민족과 세대, 문화와 역사가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국, 스페인, 중국, 태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해외 촬영분이 꽤 있었는데요. 음식과 맛 이야기 위주의 맛집 여행이 아니라, 문화를 담은 음식에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삼시세끼 밥심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를 다룬 음식 인문학이어서 의미 있는 <양식의 양식>. 우리가 사랑하는 한식을 다루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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