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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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리단길을 이끈 '어서어서 서점' 이야기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꾸준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책방 사장의 일상을 담은 서점 에세이입니다.


황리단길은 알쓸신잡을 보며 붐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맛집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곳에는 경주의 시간을 담은 서점도 있습니다. 집에 있는 책을 되는 대로 가져다 놓고 몇 안 되는 책장을 채운 간판도 없던 서점. 중고책 서점인지 개인 서재인지 경계가 모호했던 서점은 황리단길이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 가겟세가 저렴한 시절 문을 열었습니다.


스물다섯 살이 되어서야 책을 읽기 시작한 청년은 문학세계를 즐기긴 했지만, 책 관련 일을 하는 건 우선순위에서 한참 멀었습니다. 삼십 대 초까지 여러 일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가며 식당 운영도 해봅니다.


그러던 차에 황남동에 괜찮은 자리가 난 겁니다. 그 무렵엔 기존에 형성된 상권 없이, 모여든 청년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던 초창기였습니다. 마음에만 담았던 서점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겁니다.


그 어려운 셀프 철거를 해냅니다. 공간 콘셉트 기획도 처음 해보며 하나씩 공간을 채워봅니다. 초창기 황리단길을 함께한 가게들의 활약에 힘입어 서점도 잘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애매한 콘셉트의 중고 서점이었기에 본격 동네 서점으로 방향을 틀어봅니다.


서점을 시작하기 전에 전국 책방을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웠고, 열심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행동력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대형서점 지점보다 더 많이 팔린 책들도 생기고, 독립출판물도 순식간에 팔렸다고 하니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간 서점입니다.


서점 이름이 참 독특하죠? 라임도 좋은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어서어서 줄임말까지 입소문 타기에 완벽합니다.


"책과 경주를 한 공간에 담고 싶었다. 오직 여기, 경주여야만 하는 책방이고 싶었다." - 책속에서



자영업자로서 창업에 대한 생각과 마케팅, 브랜딩 방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증샷 찍는 곳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사진만 찍고 가는 손님이라도 대환영이라며, 어서어서 책방의 존재에 대한 마케팅을 고심하는 부분도 현실적이었어요. 오다가다 동네 사람들이 들리는 요충지에 연 가게도 아니어서 SNS를 통한 입소문은 필요하니까요.


잘하려고 애쓰는 것만큼이나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대신 영업 시간과 휴무일도 상황에 따라 함부로 바꾸지 않고 지키려고 애씁니다. 손님의 입장에선 일부러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을 때의 당황,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요.


제 경우에도 다른 곳보다 조금 일찍 문을 열어서 특별히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데 사장님 마인드가 안습 ㅠ.ㅠ 오픈 시간도, 쉬는 날도 제멋대로여서 허탕치기 일쑤였어요. 근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이후로는 완벽한 오픈 시간과 정해진 휴무일대로 운영해서 '오늘 설마 오픈 안 하신 거 아니겠지?' 하는 걱정없이 믿고 가게 되더라고요.


어서어서의 한 달에 삼 일 간의 정기 휴일. 그 때문에 결혼식장에도 여행도 잘 다녀올 수 없는 생활이긴 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게 정기 휴일 안에서 가능하도록 계획적으로 살게 됩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빈틈없이 채운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네요. 무엇보다 전국 곳곳 구석구석에 있는 책방을 보러 가는 일도 빠질 수 없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그것이 어서어서를 지키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믿는다." - 책속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서점으로 마진이 제대로 나올까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어서어서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책갈피와 책 봉투 그리고 책에서 나오는 로스 사연에 대해 가감없이 들려줍니다. 


어서어서 책방의 마스코트는 뭐니뭐니 해도 '읽는 약 책 봉투'입니다. 어서어서가 키운 최고의 스타이지만, 첫 손님께 책을 담아 드리기 위해 '읽는 약 책 봉투'에 쓸 이름을 묻자 "내 이름은 뭐 할라고 물어보는데요?"에 식은땀을 흘렸다는 에피소드는 추억거리네요. 어서어서만의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갖기 위한 어서어서만의 철학과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스토리가 가득한 책방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읽는 약 책 봉투, 책갈피, 포토존, 책 큐레이션, 인테리어, 공간 콘셉트, 책방 이름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책방의 본질을 잊지 않고,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며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를 성심껏 담으려 하는 서점입니다.


최근 책방이음의 폐점 소식으로 가슴 아파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요.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도서정가제 개정 추진까지 이야기가 나돌고. 도서 생태계는 언제 풍요로워질까요. 그나마 도서정가제 덕분에 동네책방이 많이 생겼다지만, 그것도 일부 지역의 이야기일 뿐이죠. 학습지 판매 위주였지만 그거라도 있던 학교 앞 서점마저 오래전에 사라져 저희 동네엔 서점 하나 없습니다. 다행히 어서어서는 두 번째 콘셉트를 기획해 준비 중이라니, 경주 사람들이 부러워졌습니다 :)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성지순례지가 될 경주의 서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얼른 경주로 떠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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