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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평점 :
잔혹한 범죄 뉴스를 접하면 그런 일을 저지른 범죄자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집니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범죄를 저지른 건지 그 배경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범인을 찾기 위해 용의자를 특정하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오원춘 살인사건 등 수많은 강력범죄 사건 수사에 참여한 프로파일러 고춘재 저자가 인간의 어둠을 파고드는 범죄 수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범죄 심리의 재구성>은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이 도입된 배경과 범인의 심리를 꿰뚫어야 하는 프로파일러의 역할을 강력 범죄 사례를 바탕으로 펼쳐 보입니다.
미드 CSI 시리즈와 크리미널 마인드를 시청하다 보면 프로파일러들은 셜록 홈스 뺨치는 초능력자 수준의 능력을 갖고 혼자서 척척해내지만, 현실로 돌아와볼까요. 피해자, 과학수사요원, 형사, 목격자 등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고 빠진 조각을 채워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기록된 질 드레 남작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15세기 영국과 프랑스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인물이 어째서 사상 최악의 아동학대자가 되었는지 그 배경을 범죄 심리 분석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미제 사건으로 유명한 영국의 잭 더리퍼 사건도 소개됩니다. 당시 전문가들도 범인 분석을 시도했던 기록이 남아있어 100년도 넘은 사건이지만 여전히 범죄심리분석가들의 관심이 많은 사건입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2020년 12월 13일 출소 예정인 조두순에 관한 이야기일 겁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주취 감경된 사례여서 분노를 자아내게 하죠. 그 시절엔 무슨 사건만 터지면 죄다 술 먹고 그랬다고 하던 시절이었죠. 조두순의 출소를 걱정하는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가 그 사건을 저지를 당시 이미 재범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에는 괜찮을 거란 안이한 소망을 바라긴 힘듭니다.
강력범죄의 재범률은 해마다 늘고 있고, 매년 평균 1,000명이 넘는 살인자가 사회에 복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합리한 낙인을 찍으면 안 되지만 악질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지요. 고준채 프로파일러는 <범죄 심리의 재구성>에서 범죄자의 심리 분석을 통해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과학적 수사 방법의 하나인 프로파일링. 전통적으로는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행동 특징을 파악해 용의자를 선별하는 수사기법이었지만, 이제는 범죄자 자신도 모르는 범죄 심리를 분석해 실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범죄 심리의 재구성>에서는 범죄 수사에 프로파일링을 적용해 수사관이 범인의 유죄를 입증해나가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심리를 읽는 다른 과학적 기술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수사 분야에 꽤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과 심리학적 원리를 활용해 수사관들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프로파일러.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40명 내외의 프로파일러들이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 같아요.
요즘은 CCTV와 블랙박스 등으로 분석이 용이한 점이 있지만 과거엔 목격자 진술에 비중이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이 수사관과 목격자에게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걸 놓치지 않습니다. 우발적 동기로 저지르는 데다가 분노라는 감정이 언제 무엇을 계기로 발생할지 규명하기 힘든 묻지마 범죄 사례처럼 사건 해결만큼이나 범죄자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범죄 예방에 다가서는 발걸음입니다. 다시는 똑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프로파일러로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고준채 저자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청소년과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