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손잡고 웅진 모두의 그림책 33
전미화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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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가씨가 오빠의 손을 꼬옥 잡고 어디론가 갑니다. 개나리색 원피스가 발랄하고 개구진 꼬마 아가씨의 설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주제를 알고 보면 정말 짠하면서도 뭉클해집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요.


이른 새벽 엄마와 아빠는 일찌감치 일을 하러 나가고 오빠와 동생만 집에 있습니다. 오빠는 동생의 아침도 챙겨주고, 양치질도 해줍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오빠와 함께 하루 종일 밖에서 보냅니다. 천진난만 발랄한 아이답게 꽃들도, 나무도, 구름과도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힘들면 오빠 등에 업혀서 가기도 합니다. 뒷모습만 등장하는 오빠가 참 의젓해 보여요. 단단한 입매가 듬직 그 자체죠.


동생 돌보는 걸 귀찮아할 법한 오빠일 텐데, 고생이 많겠다 싶어요. 오빠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맞벌이 부모 아래서 아직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천지가 요동치는 듯한 분위기로 바뀝니다. 거친 붓 터치의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의 두려움이 전달되는 기분입니다. '크고 무서운 사람들이 또 왔어.'라는 걸 보고 빚쟁이들이 찾아온 건가 싶었어요. 오빠와 동생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꽁꽁 숨는 게 최선입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숨어 있어도 언제나 잘 찾습니다. 난리통에 떨어뜨린 오빠의 파란 모자도 뒷주머니에 잘 챙긴 아빠의 모습에 쿵쾅거렸던 마음이 사르륵 진정됩니다.


그림책 <오빠와 손잡고>를 처음 읽을 땐 부모의 부재 속에 놓인 아이들의 고통을 다룬 이야기이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고요.


<오빠와 손잡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와 뉴타운 사업으로 동네가 철거된 철거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전미화 작가가 이 그림책을 내놓게 된 배경을 알게 된 이후에는 미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다시 보입니다. 집이 요동치는 그림은 포크레인의 굉음과 함께 철거가 시작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거예요.


오빠는 동생을 지켜주지만 오빠 역시 아이일 뿐입니다. 부모의 든든한 품이 필요하죠. 동생을 업어줄 땐 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오빠의 등은 한없이 넓었던 것처럼, 오빠도 아빠의 등에 업힐 땐 그저 작은 아이입니다. 그런 디테일한 그림 표현이 울컥하게 만듭니다. 철거민 가족의 애환을 배경으로 한 <오빠와 손잡고>는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이라는 온기가 주는 치유를 보여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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