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
나탈리 크납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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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베스트셀러 철학자 나탈리 크납의 책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부제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처럼 말 그대로 다정다감하고 유려한 문장에 이토록 아름다운 철학이라니 감탄하며 읽게 됩니다.


고통스럽고 힘들고 불안한 시기. 인생에서 불안해하는 위기의 나날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웬만하면 두려움과 불안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 시기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삶에서 익숙했던 규칙이 무력화하는 시기입니다. 저자는 그 시기를 과도기라고 부릅니다.


인생에는 사춘기, 중년의 위기, 갱년기 같은 과도기가 있습니다. 남들도 다 겪는 과도기이니 그저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불안에 짓눌린 채 유독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과도기는 백해유해한, 없애야 할 시기일까요.


그런데 저자는 "과도기는 인생 중에 만나는 '시적인 지대'다."라고 합니다. 과도기를 창조적 잠재력을 간직하고 있는 시간으로 보는 겁니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 과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은 달라집니다. 저자는 고통스럽고 불안한 이 시기들이 우리의 인생에 주는 의미를 깨닫고 이런 시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면, 그 시기들을 다른 태도로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은 행복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삶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우리는 뭔가 이익을 가져다주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훈련과 준비를 통해 복잡한 인생 전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 완벽하게, 실수를 피하는 데만 주안점을 두면 라이브 연주의 생생한 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것처럼, 현재를 개선해야 하는 결핍 상태로 보고 미래의 보상을 기대하는 상태에선 진정한 충만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내면 깊이 뿌리내린 해로운 질문들을 하지 않을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과도기에는 경험이 먹히지 않는 시기거든요. 현재의 순간과 그 가능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삶의 모든 시기는 저만의 가치가 있습니다. 과도기의 소중함을 자연의 삶과 아이의 존재 의미로 비유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가 아이인 까닭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선은 아이로 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살아 있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임을 일깨웁니다. 벚꽃은 맛난 버찌가 되기 위해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계절에 피어나는 것이 합당하기에 피어납니다. 한 번 핀 꽃은 의무를 다한 것이기에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과도기는 탄생의 형태를 내포한다고도 합니다. 과도기의 창조성입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스스로를 내맡길 수밖에 없지만, 그와 동시에 자발적 선택으로 인한 신뢰와 힘의 성장을 경험하기도 하는 출산. 나탈리 크납은 어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스스로를 열고 변화시키는 것을 통해 모든 위기의 순간에 해당하는 탄생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인생에서 진정한 예술은 매 순간 성장을 신뢰하는 것이다." -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의 창조적 긴장 가운데 있는 사춘기, 사별의 슬픔을 정신적 성숙 과정으로 승화하는 올바른 애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죽음 등 개인에게 찾아오는 불안해하는 위기의 나날들. 불안을 용인하지 않는 가운데서는 생산적인 시간,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에서 들려줍니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탁월한, 소설 <온전한 삶> 속 주인공처럼 통제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과도기에 필요한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인 위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는 사회적 과도기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빨라진 사회적 리듬에 시간의 노예로 살기도 합니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 <모모>는 오늘날의 현상과도 같아 독후감 숙제로 대충 읽고 치웠던 그 책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공유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저자의 견해도 무척 흥미로웠고요. 뭐든 간에 본말전도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인생의 불확실한 날들을 이제는 '시적인 시간'으로 맞이하는 용기를 가지도록 독려하는 책, 나탈리 크납의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인생의 숱한 과도기를 거칠 아이를 위해, 죽기 전에 회한 없는 시선으로 삶을 돌아보길 원하는 자신을 위해 창조적인 과도기를 보내는 법을 들려주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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