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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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달로 우수한 합성 원료로 만든 제품이 널리 사용되지만, 환경 이슈가 생길 때마다 친환경 소재 트렌드는 힘을 받습니다. 자연 소재에 대한 선호도 역시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목공, 종이, 숯,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 천연 라텍스, 타이어 등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들은 대부분 나무가 주는 것들입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맛있는 과일, 견과류 등 나무의 열매를 먹기도 합니다. 단순히 상품의 원료가 되는 것 외에도 나무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기술 발달 시대에도 여전히 나무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원예학자 케빈 홉스와 데이비드 웨스트가 들려주는 지구상의 대표 나무에 관한 책 <나무 이야기>. 나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백과사전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나무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인간 역사와 연결해 보여줍니다.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나무는 3억 8500만 년 전 홀씨에서 자라난 원시적인 양치식물 와티에자입니다. 공룡보다 1억 4000만 년 전에 등장해 지금은 멸종한 나무입니다. 이 나무들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육상 동물과 곤충 진화에 적합한 조건을 만들었으니, 정말 고마운 나무입니다.


2억 년이나 변함없이 모습을 간직한 채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인 은행나무는 공룡시대와 현재를 연결하는 나무입니다. 히로시마 원자 폭탄에서도 최소 6그루가 되살아났을 정도로 탁월한 적응력을 가진 나무라는 걸 알게 되면 도심 가로수에 많이 심어진 은행나무를 보며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반면 가장 최근에 발견된 새로운 종도 있습니다. 1994년 호주에서 발견한 올레미소나무입니다. 40그루가 채 되지 않는 침엽수인데, 실험실에서 증식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모든 나무를 다 알지 못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생물 종이 많습니다.


하지만 멸종 위기를 겪는 나무도 무척 많습니다.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파라고무나무의 생고무는 신발 밑창, 타이어 등에 사용되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했지만, 그만큼 남은 나무가 거의 없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파괴적인 과잉 채취, 왜래종의 침입 및 산불 발생 등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위협받으면서 자연 개체군이 급감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 재배된 나무들입니다.



<나무 이야기>에 소개된 나무들은 지구상의 대표 나무들입니다. 17만 1000년 전 네안데르탈인들의 도구로 쓰인 회양목부터 19세기 골프채에 쓰이기 시작한 감나무까지 인간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킨 나무들이 등장합니다.


나무의 수명, 키, 성장속도, 원산지 등을 표시한 식물학적 지식과 함께 그 나무가 우리의 삶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려줍니다. 슈퍼푸드 아보카도는 선사시대 거대 동물의 먹거리였다고 하니 긴 역사에 놀라게 됩니다. 나무는 인간뿐만 아니라 이미 새, 곤충, 동물들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계피나무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나무껍질의 안쪽을 대롱 모양으로 저민 다음 말리면 우리가 아는 그 돌돌 말린 막대 형태의 계피가 되더라고요.


우리에게 풍성한 선물을 주는 나무. 우리가 나무를 바라보는 관점은 솔직히 상업적 가치일 겁니다. 어떤 나무가 인기를 끌면 그 나무는 인간에 의해 결국 생존 위협을 받고 멸종 위기에 이르게 됩니다. 메타세쿼이아는 같은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중생대 화석으로만 알려졌지만, 인간에게 발견된 이후 현재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여기저기 조성될 만큼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나무의 역사를 우리의 삶에 연결해 들으니 더 흥미진진하게 읽힙니다. 5063살인 나무도 있을 정도로 나무의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우리 역사에서는 일제시대 울릉도 벌목권을 둘러싼 이권 갈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요. 전쟁이 일어날 정도로 중요했던 나무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흔하게 볼 수 있어 그 가치를 잊고 있었던 나무. <나무 이야기> 덕분에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를 지켜 온 100가지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티보 에렘의 나무 세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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