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측, 부의 미래 -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신희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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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NHK 다큐멘터리 <욕망의 자본주의 2019 : 거짓된 개인주의를 넘어서> 방송을 토대로 엮은 책 <초예측 부의 미래>. 거대 플랫폼 기업,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 등 현대 자본주의가 과학기술과 만났을 때의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석학 5인들의 면면이 대단합니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거대 IT 기업들의 폐해를 비판한 <플랫폼 제국의 미래> 저자 스콧 갤러웨이, 암호화폐 개발자 찰스 호스킨슨, 정부의 개입과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젊은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까지 모두 현대 자본주의 위기 상황의 극복 지점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들여다봅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깊이감은 덜할 수 있지만 저자들의 핵심 주장을 엿볼 수 있어 그들의 주요 저서를 읽기 전에 미리 맛보기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석학 5인들의 이야기가 한데 모여 경제, 사회 향방에 대한 큰그림을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초예측 부의 미래>는 부와 경제의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욕망의 총체인 자본주의의 모순, 갈등, 딜레마, 패러독스를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할지, 그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은 무엇인지, 현재 지점에서 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과학기술에 힘입어 변화하는 자본주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기술들은 오히려 중앙 집중형 시스템에 효율적이어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자산인 경제 체제는 생산, 소비, 노동의 영역에서 큰 변화를 초래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감시 자본주의의 도래, 일이 없는 세계를 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대상은 '인간'이라는 것에 초점 맞춥니다. 부, 권력이 엘리트에 집중되는 걸 막고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을 지켜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합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첫 글자를 따 GAFA (가파)라고 부릅니다.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인 GAFA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지만 거대 독점 기업일 뿐입니다. 너무나도 커진 영향력은 시장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커집니다. GAFA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제안한 스콧 갤러웨이어 강력한 한 수도 눈여겨볼만합니다.


비트코인의 뒤를 잇는 2세대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천재 수학자 찰스 호스킨슨과 독과점 기업 규제 이론으로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의 견해도 눈길을 끕니다. 찰스 호스킨슨은 암호화폐가 경제적 평등을 가져올 거라고 말한 반면, 장 티롤은 암호화폐의 확산에 낙관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온라인에서 직접 거래가능한 구조)가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시장 창출을 할 수 있을지, 정치적 독립성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한 현명한 규제로 현재의 문제점을 수정하도록 해야 할지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을 살펴보며 어떤 미래로 향하면 좋겠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교육적으로는 '무지의 장막' 개념이 가장 잘 와닿았습니다. 장 티롤이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언급한 개념인데, <정의론>의 존 롤스가 제안한 일종의 사고 실험입니다. 내가 그 누구도 아니라고 상상하며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겁니다. 뭔가를 가진 상태에서는 기득권을 잃기 싫어하지만, 무지의 장막 아래서는 평등을 주장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거죠.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목표를 정하는 데 용이한 방법입니다.


철학적 근거를 갖고 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비판한 <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의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현대 디지털 사회의 본질을 파헤칩니다. 기계에 지배받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누군가'를 주목합니다. 새로운 리얼리즘을 제안하며 철학적인 앎을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역사, 경영, 경제, 철학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에 관해 들려준 <초예측 부의 미래>.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건져낸 석학들의 통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GAFA의 폐해만큼은 공통된 의견을 보이더군요. 세계 석학 8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초예측>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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