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자연 - 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 이야기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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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종을 연구할 수 없기에 모델생물은 생물학자들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모델생물은 생물학자들이 자연을 탐구하는 플랫폼인 거죠. 생물학자들은 자신을 면역학자라든가 유전학자 등으로 거창하게 소개하다가도 생물학자들끼리 만나면 모델생물로 소개할 정도로 선수들끼리는 연구하는 모델생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생물학자들은 모델생물을 어떻게 선택하는 걸까요.


<선택된 자연>에 등장하는 모델생물들을 통해 시대별로 혹은 필요에 의해 선호하는 모델생물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모형 혹은 본보기라는 모델의 개념이 생물학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보면서 물리학과는 다른 생물학이 가진 특징을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생물종 모두에서 보편적인 원리를 발견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난관을 제한된 모델생물을 통해 일정한 통일성을 갖춰 해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자연에서 선택된 단 하나의 종을 연구하는 편입니다. 생물학자에게 모델생물을 선택하는 일은 자신이 일생에 걸쳐 풀고자 하는 문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멘델이 완두콩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생물종의 다양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생물학자가 모델생물을 선택하는 기준 몇 가지가 있긴 하지만, 생물학 발전 과정에서 모델생물의 역할 중요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생물학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을 닮은 모델생물 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생물학은 여러 모델생물에서의 발견들이 융합되었을 때 진보한다는 걸 이 책 전반에서 강조합니다.


물리학의 원자와 같은 생명의 기본입자 박테리오파지, 가장 단순하고 거의 모든 유전적 조작이 가능한 대장균,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효소, 식물학계의 초파리 애기장대 등이 생물학의 주인공이었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실험생리학은 수많은 희생을 한 개 덕분에 발전했고,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한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백신 생산에 필요한 건 닭입니다.


"완벽한 모델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필요에 따라 그리고 자연이 모델생물에 제한해놓은 범위에 따라 그들은 과학자들에게 자연에 숨여진 작은 비밀들을 적절히 보여주는 고마운 존재들일 뿐이다. 하지만 인류는 양분과 호흡, 방사선으로부터의 보호 외에도 광합성이라는 현상의 이해에 있어 다시금 이 조그만 녹조류들에게 빚지고 있다. 광합성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가장 중요한 화학반응이다.​" - 06 클라미도모나스 <선택된 자연> 


왜 그 생물이어야 했을까에 대한 탐구 여정은 수많은 생물학자들의 행적을 되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각 모델생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그저 도구로서가 아닌 생물학의 미래와 사회에 대한 고찰로 이어집니다.


초파리 유전학자인 김우재 저자는 전작 <플라이룸>에서 초파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기에 <선택된 자연>에서는 유명한 모델생물인 초파리 항목은 없습니다. 일반인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모델생물마다 읽기 좋은 분량으로 구성된 책인데 초파리도 짧게나마 언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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