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너도 내 거야
올리버 제퍼스 지음,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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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유혹에 빠져 심한 방황을 하다 과오를 깨닫고 구원받는 파우스트의 생애를 그린 괴테의 <파우스트>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 <바다야, 너도 내 거야>. 온 세상을 가지고 싶었던 파우스토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우리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아요.


점잖은 신사의 모습을 한 파우스토는 모든 걸 가졌다고 믿고 있습니다. 꽃, 양, 나무... 길을 가다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넌 내 거야"라고 외칩니다. 


내 것이라는 확답을 받으면 파우스토는 행복해합니다. 양복에 꽃을 꽂아 장식하고 돌아다니는 파우스토의 모습이 눈살 찌푸리게 하지요. 으쓱대는 포즈도 일품입니다.


하지만 '내 거'라고 확답을 선뜻 내리지 않는 것들을 대할 때면 화를 내며 억지를 부립니다. 들, 숲, 호수가 파우스트의 것이라며 고집을 부립니다. 심지어 산에게도 당당히 "산, 넌 내 거야!"라고 선언합니다. 발을 쾅쾅 구르며 주먹을 불끈 쥐며 산에게 자기가 주인이라고 우겨댑니다.


억지 부리는 인간 앞에 자연은 고개를 숙입니다. 그럼에도 파우스토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이제는 망망대해 바다로 나섭니다. 과연 파우스토는 바다도 굴복시킬 수 있을까요.


그림책 마지막 장에는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니것과 조지프 헬러의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억만장자가 하루에 번 돈이 소설로 지금까지 번 돈보다 많이 벌었다면, 기분이 어떻겠냐는 커트 보니것의 질문에 조지프 헬러의 "난 이미 충분히 가졌다"라는 명답변은 <바다야, 너도 내 거야>의 파우스토에게 들려줘야 할 한마디일겁니다.


'내 거'라며 욕심을 부리는 파우스토는 욕망의 집착에 빠진 전형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끊임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멈추지 않는 파우스토. 아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파우스토는 고집불통 벽창호 같은 인물이라 조지프 헬러의 말도 귀담아듣지 않을 테지만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건 참 많을 겁니다. 욕심의 끝판왕인 <바다야, 너도 내 거야>의 파우스토만큼은 아니더라도 부와 명예, 사랑 등 무궁무진한 욕구의 대상 앞에서 우리는 어쩌면 파우스토만큼의 욕심을 부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가진 부족함에 대한 끝없는 갈증이 우리를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 <바다야, 너도 내 거야>를 통해 선명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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