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6 : 도덕책
신형철 외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남이 보기엔 비루해보여도 덕업일치의 꿈을 한 번쯤은 꿔봤을 겁니다. 그 열망을 이제는 가슴속 깊이 숨겨뒀거나, 고비를 넘겨 빛을 발휘하고 있거나,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거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매거진 언유주얼 An Usual 6호에서는 '덕'에 관한 키워드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덕질러들 열정의 바탕에 자리잡은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오타쿠 문화사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도 오타쿠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역동적으로 이끌었는지 잘 보여주는데, <언유주얼 도덕책>에서는 덕후들의 마음이 우리의 일상에 끼치는 영향을 세심한 글과 시,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언제나 신선한 페이크 인터뷰 코너에서는 조영주 작가의 '덕질 학원' 이야기였는데요. 가상의 상황이지만 이미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책으로 성공한 덕후의 자족충만 생활기를 선보인 조영주 작가이기에 이번 언유주얼 매거진 키워드와 궁합이 제격이었어요. 덕질의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덕질의 기본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와닿습니다. 세상에 덕후가 아닌 사람은 없고, 무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 있다고 말이죠.


밀레니얼의 삶,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주목하는 키워드 '덕'.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열중하고 몰입하는 덕후들의 취향을 담은 언유주얼입니다.


펼침면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글자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1호부터 6호까지 그동안 조금씩 변화한 언유주얼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아요. 가독성 좋은 편집과 알찬 내용, 두루두루 만족스럽습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덕후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명쾌하게 들려줍니다. 어떤 대상을 최선을 다해 사랑해 보는 드문 경험이라는 '덕질'은 한 사람을 불가역적으로 바꿔 놓는다고 말이죠. 우리로 하여금 어떤 탁월함을 갖게 하는 변화를 안겨줍니다.


정여울 작가의 글에서는 '블리스'라는 단어가 돋보입니다. 마니아, 덕후처럼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한 사람에게서는 특유의 싱그러운 활기가 맴돈다고 합니다. 그 활기의 이름, 무언가에 완전히 홀린 상태,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더 이상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아름다운 단어 '블리스 (bliss)'. 블리스와 함께하는 인생이고 싶습니다.


뉴 키즈 온더 블록 콘서트 이야기도 나와서 앗, 공감력 상승 ㅋㅋ 한때 열광했던 덕질의 추억담이라든지, '백 마디 말보다 짤 한 장이 낫다'를 시연하는 짤 모으기 달인의 이야기라든지 빵 터지는 이야기들도 가득합니다.





빠르게 꽂히고 빠르게 빠져나오는 성향의 사람들에게도 덕질은 요긴합니다. 방향만 그때그때 달라질 뿐 결국 덕질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삶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밈 수집 능력이 다른 분야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이종철 기자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애정 어린 삽질. 광기와도 같은 몸놀림과 집착. 예전에는 오덕이라 폄하되고, 지금은 덕질이라 칭송되는 열심은 습관이 된다." - 박창선, 언유주얼 6호





서른아홉 명의 작가와 열두 명의 아티스트의 글과 그림을 만날 수 있었던 매거진 <언유주얼> 6호 도덕책.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 시대 공감 포인트에 주목하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 관심 갖는 반응력이 높은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덕질을 하다보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겪을 테지만 그 밸런스를 잘 조정해나가는 것도 덕질러의 소양이죠. 그 어느 때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키워드이기에 만족도 높은 6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눈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매거진 언유주얼 AN Usual. 핫한 작가들과 아티스트들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어 생생함 가득한 매거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