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불평등 시점
명로진 지음 / 더퀘스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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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에 대한 이야기 <전지적 불평등 시점>.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준 책 <짧고 굵은 고전 읽기>로 배우 명로진에서 작가 명로진의 모습을 저는 처음 알게 되었었는데, 이번 에세이도 기대 이상이네요. 슬쩍슬쩍 튀어나오던 사이다 유머를 <전지적 불평등 시점>에서는 제대로 터뜨렸습니다.


꼬붕, 시다바리, 지랄 같은 단어가 적나라하게 등장하며 "유머와 해학을 가미한 스토리로 21세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헤집는" 책 <전지적 불평등 시점>. 노력이 다 같은 노력이 아니라 몇 배 더 어려운 노오력을 해도 힘든 돈 없는 자들의 설움에 공감하며 지랄맞은 갑들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배우, 교수, 작가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명로진 저자여서 에피소드 배경도 예술계, 학계 등 몸담은 곳 이야기가 많아요. 그 외 이슈화된 기사를 토대로 이 사회의 가진 자들의 행태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명로진 저자가 말하는 가진 자들이란 사장, 회장, 대표, 건물주 등 말그대로 경제적 자유를 가진 자들입니다. 아이들 장래희망에 이미 건물주가 등장했던 건 아시죠?


사람을 고용한 걸 인격 전체를 24시간 동안 구매한 줄 아는 갑질들. 신입사원 군대식 연수 논란으로 들썩이는 일이 아직도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알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김산해의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하는 내용을 인용하는데요. 신조차 노동을 싫어해서 신을 대신해서 일할 '사람'을 탄생시켰다는 이야기를 통해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는 명제 자체가 글러먹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남을 위해 하는 노동 자체가 모욕 당하는 일이었어요. 휴식이야말로 신성한 것입니다.


노동하기 좋은 환경이란 말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특히 이 시대 노동은 치욕이라고 말합니다. 나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노동이기 때문이라고요. 공자 왈, "네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말씀이 사무치게 다가옵니다.


"타자에 대한 분노는 무기력과 함께 자아를 향하고, 자아와 타자를 오가며 분노하는 동안 그들의 에너지는 고갈된다." - 전지적 불평등 시점





<전지적 불평등 시점>에서도 고전의 재해석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봅니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2천여 년 전에 이미 벌어졌고, 여전히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걸 보면 갑갑하긴 하지만요. 우리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건 비정규직이고, 그들은 더 이상 끌어 쓸 돈도 없는 워킹푸어이기도 합니다. 화병 나는 현실에 막힌 대부분의 우리들. 그래서 어쩌라고?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지요.


라떼는 말이야 과자가 나올 정도로 꼰대를 비꼬고 풍자하는 시대입니다. 돈 없는 나를 지키고 싶은 을에게 올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사이다처럼 속을 확 뚫어주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상적인 책 <전지적 불평등 시점>도 그런 점에서 딱 필요한 타이밍에 나온 책 같아요. 책 마지막에 실린 스무 살 아들에게 주는 글은 세상의 모든 을에게 남기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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