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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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드 3시즌까지 나온 핸드메이즈 테일의 원작소설 <시녀 이야기>. 저도 당시 드라마 제작 확정 소식을 듣고 읽었던 책인데, 스릴러 보다 더 공포감을 받았을 정도로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리커버 되었을 때도 냉큼 소장할 만큼 애정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한 번 뭉클한 감동을 받을 기회가 왔네요. SF 페미니즘 문학 걸작으로 회자되는 이 소설이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된 겁니다. 마침 <시녀 이야기> 후속편인 <증언들>로 2019 부커 상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여서 다시 한번 이 책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때 체육관이었던 곳에서 잠을 잤다." 는 첫 문장. 소설로 읽을 때 상상했던 것을 그림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워요.

 

한 여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소설의 배경은 철저히 통제된 사회입니다. 오염으로 인한 불임, 기형아 출산 등 인구가 격감한 사회에서 여자를 자궁을 가진 도구로만 보게 된 상황입니다. 쾌락, 욕망 따위는 제거해야 합니다. 오로지 종족 번식을 위해서만 가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알 낳는 여왕벌과 같습니다. 이들은 '시녀'라 불립니다. 소설 속 화자인 '나' 역시 시녀입니다. 부부간에 아이가 없는 직책 높은 인물들에게 배정되는 시녀는 빨간 드레스와 하얀 베일을 쓰고 다니며 보호와 감시를 동시에 받습니다.

 

임신이라는 결과를 위해서만 존재할 뿐인 시녀들 중에서도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시녀라는 계급 외 여성들조차 '시녀'를 바라보는 눈길은 악의적일 때가 많습니다. 시녀들이 하는 일은 중노동도 아니라며 비하하기 일쑤입니다.

 

 

 

 

통제된 사회에서 저항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점점 무기력해져가는 시녀들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시녀의 입장에서 눈을 돌려 시녀를 배당받는 고위직 아내의 상황도 별다를 바 없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면 입도 벙긋 못한 채 시녀를 둔 남편을 보고 있어야 하니 그 역시 해괴망측합니다.

 

"예사라는 건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예사롭지 않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 예사가 될 거다." - 책 속에서

 

탁월한 묘사가 일품인 르네 놀트의 그림이 압권입니다. 피의 색 빨강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긴장감을 돋웁니다. 날카로운 선이 강조된 인물 묘사, 추억의 장면에 사용된 부드러운 느낌의 색채 등 그림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멋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예요.

 

담담하게 이어가는 여성 서사 작품이면서도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을 가진 원작소설 <시녀 이야기>의 감동을 그래픽 노블에서도 고스란히 이어갑니다. 소설과 그래픽 노블 둘 다 매력이 대단해서 하나만 손에 꼽기 힘들 정도랍니다. 2019 맨부커상 수상작 <증언들> 출간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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