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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길리언 플린, 스티븐 킹, 루이즈 페니 등이 격찬한 스릴러 소설 <우먼 인 윈도>. 에이미 애덤스, 게리 올드먼 주연으로 2020년 개봉 예정인 영화 원작 소설입니다.
광장공포증으로 집이 내 세상의 모든 것이 된 애나 폭스 박사. 본인이 정신과 의사이지만,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낸 지 일 년 가까이 됩니다. 과거 어떤 이유로 광장공포증이 생기게 되었는지, 더불어 이런 상태인데도 남편과 여덟 살 딸과 헤어져 왜 혼자 살고 있는지 의문을 남긴 채 이야기는 진행합니다.
홀로 지내는 그에게 유일한 낙은 온라인 세상과 창밖으로 동네 이웃을 관찰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관찰 수법이 스토커와 맞먹습니다. 고화질 망원렌즈를 장착한 니콘 카메라로 이웃집 방 안까지 들여다봅니다.
흡사 범죄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이웃을 염탐하는 여자의 은밀한 행태는 A.J. 핀 저자가 언급한 "작가는 훔쳐보는 사람이다. 독자도 그렇다. 이것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리라. 우리는 허구인 줄 알면서도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그들의 모험을 즐기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관음증보다는 깊은 공감에 가까운지도 모른다."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인터넷으로 광장공포증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언과 위로를 건네는 애나 폭스 박사. 그곳에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안겨줍니다. 인터넷이 세상으로 난 창 역할이듯 실제 애나의 집 창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밀 망원경으로서의 창을 통해 고립된 생활을 애써 위로하는 겁니다.
"기억해두게. 자네가 듣는 환자의 비밀과 두려움과 욕망은 또 다른 사람의 비밀이자, 두려움이자 욕망이라는 사실을." - 책 속에서
단조롭지만 나름 그만의 안정적인 루틴으로 고립 생활을 이어가던 애나. 이사 온 이웃집의 가족과 얽히면서 큰 사건이 생깁니다. 제법 통한다는 느낌을 주고받으며 호감 생겼던 이웃 엄마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는 장면을 목격한 겁니다.
광장공포증으로 인한 공황장애 고통 속에서도 이웃 여자를 도와주러 가려고 애쓰는 애나. 손을 쥐게 만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는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상태와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그 사이 칼에 찔린 이웃 여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이웃네 가족들조차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쯤 되면 등장하는 뻔한 클리셰. 살인을 목격했다는 애나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속 터지게 하는 장치가 툭툭 튀어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나의 편은 독자뿐일 텐데 여기서 작가는 또 하나의 의심을 던집니다.
애나는 평소 고전 스릴러 영화 마니아였고, 환각 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는 약을 많이 먹어야 했고, 게다가 아침마다 숙취로 힘들어할 정도로 알코올 중독 증세까지 보였으니... 정말 애나는 살인을 목격했던 걸까요.
"나는 완전히, 말 그대로 감금되었다. 문은 잠겼고, 창문은 닫혀 있다. 빛이 무서워서 웅크리고 있는 동안, 공원 건너편에서 한 여자가 칼에 찔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나를 제외하고는." - 책 속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그저 환각이었을 뿐인지 상황이 더해질수록 스스로조차도 의문이 들 지경입니다.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랜 기간 등극하게 된 이유는 이후 장면에서부터 발휘합니다.
1차 반전에서 이토록 깜짝 놀란 적은 어떤 영화에서 (제목을 알려드리면 유추 가능, 스포가 되는지라 지퍼 채웁니다) 만끽한 이후로 참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소설의 중간 부분이에요. 그래서 아직 놀랄 일이 한가득 남았겠구나 싶어 더 신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진짜 반전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1차 반전이었습니다. 중간에 너무 놀랐더니 마지막 반전에서는 조금 덜 놀랬던 ;; 웬만하면 어떤 결말일까 궁금해 미리 스포 알려고 하지 마시고 일단 그냥 읽어도 후회 없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스릴러 영화 마니아라면 필독 소설로 권할 정도로 소설 속 주인공 애나는 스릴러 영화광입니다. 스토리에서 언급한 영화만 해도 리스트를 별도로 책 말미에 소개할 정도거든요. 베스트셀러 딱지 붙이는 소설이 대부분이라 큰 기대는 안 하고 읽었는데 <우먼 인 윈도>는 꽤 만족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