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탐사 저널리스트 이규연의 36개 스포트라이트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탐사 저널리스트 이규연의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조두순 사건부터 버닝썬 게이트까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36개의 사건을 탐사 보도한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는 정통 탐사 보도 프로그램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제작, 진행하는 이규연 국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저자 강연회도 다녀왔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유명한 조각상 '생각하는 황소'에 빗대어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들려줍니다.

강연에서는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책에 등장하는 소재들 외에도 홍콩 시위 관련 보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강연 도중 속보로 떴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벌어졌던 개탄할 사항,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뒷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비하인드스토리로 가득 채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두운 곳이나 억울한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추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직업, 탐사 저널리스트. 그가 말하는 로스트 타임은 스포츠에서 말하는 어떤 이유로 지체된 시간을 뜻합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법, 정치, 경제에도 출몰하는 로스트 타임은 무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누군가의 시간이 사라지는 로스트 타임입니다.

30년간 탐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건들 중 특히 인상 깊은 36개의 사건의 탐사 기록을 보여주는 책 <이규연의 로스트타임>. 지금 다시 봐도 추악한 사건들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법 제도 투성이였던 조두순 사건, 촛불 혁명과 탄핵 등 수많은 파장을 일으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온갖 음모론이 난무했던 세월호 참사 등 한국 사회의 참혹하고 어두운 이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탐사의 가치는 공포를 분노로 바꾸어 정의를 불러내는 것이다." - 책 속에서

30여 년의 취재 기간 중에 가장 가슴 아픈 로스트 타임이라는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처럼 미제로 남은 사건 뒤에는 로스트 타임으로 인해 힘들게 삶을 살아내는 피해자 가족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살인 공소시효가 폐지되었고, 손가락 절단 자작극이 발단이 되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탄생했듯 사회적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바탕에는 탐사 보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론 불신과 기레기라는 말이 탄생한 5·18 보도 행태 뒤에 감춰진 진실과 그런 현실 속에서도 침묵하지 않았던 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래도 무언가를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곳곳에 등장하는 울림 주는 '탐사 금언'은 탐사 저널리스트의 자세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교묘한 프레임에 속기 쉬운 시민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층 보도의 의미, 논리적인 인터뷰 요령, 이머징 이슈 포착법, 글쓰기 방법 등 탐사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청률과 가성비 문제 등 현실적인 장애물도 자리 잡고 있지만, 탐사 보도의 가치를 분석한 <민주주의의 탐정> 책을 인용하며 탐사 보도를 공익 탐정으로 표현하며 탐사 보도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며, 잊힌 시간을 되돌려주고자 노력하는 탐사 저널리스트 이규연.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으로 정당한 분노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탐사 저널리스트의 기록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