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과 취향 - 철학의 현장에서 기록한 불화의 목소리
김영건 지음 / 최측의농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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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의 기간 동안 쓴 블로그의 글이 단초가 되어 3년여의 준비 끝에 선보인 책 <변명과 취향>은 그동안 읽은 철학사 위주의 교양철학 책과는 결이 다른 책입니다. 서강대, 한양대 등에서 철학 강의를 하는 김영건 저자는 현재 인문 교육의 실태, 실천의 부재에 통감하며 철학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철학에 대한 반성과 비판, 자신의 것이 아닌 상태로 구경꾼으로만 머물러 있는 철학하기 대신 참여자로서의 철학하기를 이야기한 <변명과 취향>. 진정한 철학다움과 철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사유 과정에 동참해보세요.

 

김영건 저자는 공허한 말놀이 대신 명료한 논증을 통해 철학하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논증을 통해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는 '취향'. 짜장면과 짬뽕처럼 논쟁할 필요 없는 취향의 문제를 넘어 내가 주장하고 행동하는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입니다. 문학적이며 실증적이었던 취향이 논리적이며 논증적 취향으로 변화하는 여정이 <변명과 취향>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시대 철학 교육을 맡은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도 강하게 드러납니다. 우리가 배우는 철학은 그저 번역일 뿐이라고 말이죠. 철학자는 어떤 특정한 사유를 공유하는 사유 공동체의 주민이 아닌데도 우리의 철학 강독은 번역만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철학적 질문을 할 생각조차 못 하는 철학 현실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 주장인가? 그것은 네 취향의 표현은 아닌가?"

단순히 철학을 읽어주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단언합니다. 철학적 사유의 대상인 논증. 주장이 있고,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는 논증이 타당하고 건전한지, 정당한지 따져 보는 것이 철학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멋 부리는 문장들이 가득한 것, 논증이 보이지 않는 철학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철알못도 이름 정도는 아는 유명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바도 많이 등장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참이라는 것을 그는 과연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는 저자의 물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들은 그런 주장을 했을까. 저자의 이런 의문을 신선하다고 여길 정도로 그동안 근원적인 질문을 빠뜨리고 있었을까 반성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변명과 취향>은 예전엔 당연하게 생각했던 주장도 이제 부정적인 것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 철학자의 사유를 해석하고 이해하고 소개하는데 머물렀던 철학은 그저 구경꾼으로서 한정될 뿐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나는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처럼 주장의 설득력이 있는지 따져보며 허영과 자기기만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구경꾼에서 참여자가 될 수 있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논증적으로 철학하기라는 것을요.

 

 

 

"철학은 논증의 문제다."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논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진정한 철학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철학이 가진 위치를 되돌아보며 우리가 왜 철학을 해야 하는지의 답이 이 책에 있었습니다. 우리 삶에 도움 된다느니 어쩌니 하는 답변보다 훨씬 설득력과 공감력 있는 답이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정당성, 그것이 갖고 있는 함축들을 메타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철학이다."

일상적인 생각들을 객관화해보려 노력한다는 의미는 "생각 좀 하고 살아라"라는 말에 담겨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요. 저자의 생각을 논증적으로 표현한 81가지의 목소리는 이 책의 정수입니다. 철알못이어도 와닿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철학 수입상이 된 우리나라 철학 현실을 짚은 <변명과 취향>은 지성적 갈증을 해소하고 자극받는 철학하기에 대한 책입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철학이라면 우리는 누구나 철학하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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