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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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조정래 작가 신작 소설 <천년의 질문>. 최근 몇 년 간 일어난 굵직한 실제 사건들을 접목해 현재 청년, 중장년층들에게 낯설지 않고 생생하게 다가올만한 소설입니다.

 

전작 중 <태백산맥>만 오래전에 읽어본 저는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 조정래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초반엔 어쩜 그렇게 낯설던지요. 사실 초반부는 조정래 작가의 문체에 적응하느라 애먹었습니다. 같은 대사를 제 입말로 바꿔서 확인해볼 정도로 저에게 익숙했던 문체는 아니었어요. 그나마 읽어갈수록 적응이 되는지 그런 기분은 덜 느꼈고, 다행히(?) 스토리에 푹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천년의 질문>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조정래 작가의 확고한 생각은 소설 초반부터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가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 책 속에서

 

출산율, 스마트폰 보유율 등 각종 통계 수치를 세세하게 들먹이며 대사 치는 사회학과 시간강사이자 대필가 고석민. 살아있는 뉴스처럼 지금 이 사회의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소설 초반에는 배경지식을 겸한 정보성 대사가 많아요. 초반 진입 장벽이 좀 있다 싶어도 조금만 더 참고 읽어보세요. 이후엔 흥미진진해집니다.

 

소설 <천년의 질문>에서는 사회학과 출신 기자 장우진을 주축으로 정치, 경제, 언론, 법조계 등 다양한 인물군이 등장합니다. 기업 비리 사건을 파헤치는 장우진이라는 인물은 주진우 기자를 모티브 삼았다고 합니다.

 

정경 유착 비리를 파헤치는 기자, 막으려는 무리들, 자의든 타의든 휘말려 유혹에 흔들리는 이들 등 한 가지 소재 속에도 온갖 군상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숱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 성폭력, 오만하고 자만에 취한 엘리트주의 및 전관예우, 국민을 개돼지 또는 레밍 취급한 각종 망언들. 현실의 모습을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이 사회 현실을 세세하게 담으려다 보니 설명조로 전개되는 부분도 있어 아쉽긴 하지만, 국민의 눈이 커지고 귀가 밝아지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둔 사회파 소설이라고 생각해보면 감안하고 읽게 됩니다.

 

 

 

국민이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정신 팔려 허둥지둥 바삐 살아가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 없이 제각기 흩어져 있을 때가 귀엽고 예쁜 것이다. - 책속에서

 

누군가는 이런 것조차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혼자 날뛴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는다고 말이죠. 총체적 난국인 한국의 위기 상황. 입법, 사법, 행정의 국가 권력과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 권력, 국민 우매화의 여론 조정에 앞장선 언론 권력이라는 다섯 개 집단의 상호 결탁과 야합이 쌓아온 세월 앞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있을까요.

 

소설 <천년의 질문>은 국민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민의 자각과 각성의 문제로 다가갑니다. 너무 추상적이다 싶어도 민변 같은 많은 시민단체의 역사를 통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립니다.

 

사회적 침묵 속에서 모든 권력의 횡포와 비리가 자행되듯, 국민이 입을 다물면 침묵의 공범자가 되는 겁니다. 소설에는 불법적이고 탐욕적인 인물 군상들 외에도 바람직하게 성공한 인물도 있습니다. 탐욕과 야망은 한 끗 차이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곧은 대나무처럼 성격이 확고하게 숨 쉬는 듯한 소설이어서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입니다. 현실을 외면하고픈 마음이 강한 소시민의 마음을 꼬집기도 해 뜨끔하며 읽게 되는 장면도 많습니다. 어디선가 한 번쯤 접한 뉴스의 인물이 바로 떠오를만한 주변 인물들도 많아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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