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김동하 지음 / 답(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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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민박집 '루저들의 살롱'을 운영 중인 김동하 작가의 에세이 <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여정이 담겼는데, 기대 이상으로 울림 주는 메시지가 많았어요.

 

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그와 그녀. 낯선 여행지에서의 뻔한 사랑 이야기라 생각하고 넘기기엔 청춘의 고민을 치열하게 맞닥뜨리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각자의 고민을 둘이 함께일 때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을 마주하는 순례길에서 사랑이 싹트지만 그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행지의 낭만에 취한 사랑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을요.

 

서로가 사랑을 받는 것도 하는 것도 두려운 시절. 성숙해지고 싶어 여행을 했건만 치졸해지고 흔들리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지금의 행복을 유보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는 걸 인지하고 깨쳐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관계는 단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가로 유지되지 않았다. - 책 속에서

 

관계에 관한 깨달음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이들이 하는 생각이라기엔 정말 성숙한 면을 보여주기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삶에는 종종 지금 당장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긋하게 나이 든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잊고 있었던 기억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가질지도 모릅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표현하려 애쓰지만,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까지도 보여줘야 하는 함께라는 관계. 원래의 삶을 되찾고 싶은 욕심도 불쑥 듭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용기 내어 입 밖에 내는 끊임없는 대화는 그들의 관계를 점점 더 끈끈하게 합니다.

 

 

 

각자의 '나다움'을 많이 잃고 나서야 다름과 같음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책 속에서


처음엔 공통점이 많은 서로인 줄 알았다가도 살다 보면 다른 점 투성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함께 산다는 것은 이토록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젊은 친구들이 보여줍니다. 실패로 이어진 한 해를 서로가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이방인 신세인 베를린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그들의 생존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 같은 장면을 보는 듯한 묘사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나른한 여유가 느껴지는 김동하 작가의 문체가 꽤나 맘에 쏙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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