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스테이트
시몬 스톨렌하그 지음, 이유진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년 넘게 이어진 드론 전쟁 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아트북 <일렉트릭 스테이트>.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듯한 그래픽 일러스트가 예술입니다. 『어벤저스』 루소 형제 제작, 스티븐 킹 원작을 영화화한 『그것 It』 앤디 무시에티 감독을 내세운 영화로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줄 예정이라니 더욱 기대됩니다.

 

 

 

대부분의 디스토피아 소설과 달리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합니다. 평행우주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기분입니다. 1996년 출시된 뉴로캐스터 업그레이드 광고를 보여주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흥미 급증하네요. 가상현실 기기처럼 보입니다.

 

총을 들고 소형 로봇과 함께 걷고 있는 소녀. 이제 10대인 아이가 총을 들었다는 것과 어쩌다 이렇게 황폐해진 배경일까 궁금증을 낳습니다. 가뭄으로 초토화되어 모래 먼지로 뒤덮인 도시를 지나 미국을 횡단하는 소녀의 시점과 누군가에게 이 전쟁의 시초가 된 배경을 이야기하는 의문의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지난 전쟁은 드론 조종사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폐해는 막심했습니다. 전쟁 시에 드론과 조종사 간의 지연 없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 둘 이상의 뇌를 연속적으로 연결한 뉴로 기술. 그 결과는 예상치 못한 현실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뉴로캐스터의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인간의 삶은 텔레비전에서 벗어나 뉴로캐스터에 하루 종일 연결된 채 머뭅니다.

 

서부로 향하는 소녀가 가는 길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전투함, 전투용 드론 잔해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뉴로캐스터에 빠져든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기이해져 갑니다. 신경 세포망 덕분에 인간의 의식이 생겼다면, 더 많은 신경망을 연결했을 때 어떤 형태의 의식이 출현할까라는 의문을 툭 던진 시점에서는 유발 하라리의 책 『호모데우스』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뉴로캐스터는 인간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는 걸까요.

 

 

 

흉물스러운 철탑처럼 서 있는 뉴로캐스터 센터들은 세상을 뉴로캐스터 네트워크로 채워나갑니다. 뉴로캐스터를 쓴 채 꿈속을 헤매는 듯한 멍한 모습은 흡사 좀비를 연상케합니다.

 

친절하지 않은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반복해서 보고 나니 맥락이 이해될 정도입니다. 스킵이라고 부르는 작은 로봇은 잠도 자면서 사람처럼 생각하는 듯하지만 스킵의 비밀이 밝혀질 때는 묘한 감정이 생깁니다. 인간만의 감성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좀비화된 인간들, 기계 더미들 배경과 더욱 대비시킵니다.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상상의 여지를 많이 안겨주는 <일렉트릭 스테이트>입니다. 영화는 이 스토리를 얼마나 풍성하게 확장할지 궁금해집니다. 특히 몇몇 장면들에서는 스티븐 킹의 서늘한 공포를 시각화한 앤디 무시에티 감독의 역량 덕분에 영화가 무척 기대될 정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