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 현명하고 우아한 인생 후반을 위한 8번의 지적 대화
마사 C. 누스바움.솔 레브모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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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에 들떠 알고 싶은 마음보다는 불안과 갑갑한 마음이 먼저 몰려드는 주제, 노년. 100세 시대 덕분에 노년 시기가 길어졌음에도 우리는 노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누구나 겪는 나이듦의 의미에 대해 시카고대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과 로스쿨 전 학장 솔 레브 모어, 두 지성이 머리 맞대었습니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는 철학자 마사와 법·경제 전문가 솔이 각자의 학문적 접근법으로 노년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의 사고방식은 닮은 듯 달라 두 석학의 토론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후회, 걱정, 인색, 빈곤한 노년이 떠오르나요? 고립되기 쉬운 노년기에 우정과 대화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해 보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기원전 45년 키케로의 《나이듦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저서는 60대의 키케로와 절친 아티 쿠스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 책인 만큼 노년기 우정에 대한 적절한 참고문헌이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키케로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저서에서 설파한 내용과는 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추상적으로 접근한 저서보다 서신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뒷담, 내밀한 농담이 가득합니다. 편지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하는 우정을 발견한 마사는 나이듦에는 필연적으로 불행이 따라오지만 유머, 이해, 사랑은 필연적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며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게 우정이라고 마무리 짓습니다.

 

한편 솔 레브 모어 저자는 소셜미디어 세상에 사는 현대인의 우정의 의미를 짚어주면서, 친구 관계는 선의만으로도 형성되지만 신뢰가 더해져야 우정이 유지된다고 말합니다. 좋은 친구 노릇 하는 데서 기쁨을 얻을 수는 있지만, 결국 우정이란 하나의 복잡한 합의라고 말이죠. 그러면서도 친구를 선택하고 우정에 '투자'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여전히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징표가 된다고 합니다.

 

조금 다른 우정론을 펼친 마사와 솔이지만 결국 인생 후반의 윤택함을 더하는 데는 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노인에 대한 혐오는 우리 자신의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말에 공감되었어요. 노년의 외모는 혐오감을 유발하기만 할까라는 주제로 접할 수 있습니다.

 

주름살에서 매력과 가치를 발견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희망하는 마사와 솔의 글은 나이듦에 대한 고정관념을 짚어주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되면서 신체적, 정신적 노화를 겪는 노년기. 나이 든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노화의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변명으로 고정관념화되어 있습니다.

 

마사와 솔은 낙인 대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을 요구합니다. 마사는 정년퇴직도 반대합니다. 퇴직자, 명예직이라는 낙인은 고립과 기회 박탈을 의미한다고 말이죠.

 

 

 

노년에 불행했던 <리어왕>에게서 배울 수 있는 후계자 선택, 유산 분배 문제는 물론이고 적절한 은퇴 시기, 노년의 사랑 그리고 청년층 제도보다 관심받지 못하는 노년층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다룹니다. 현재 노년층보다는 앞으로가 문제라는 건 공감할 겁니다. 굶주리지는 않아도 삶의 질 측면에서 이미 청년층에서부터 큰 빈부 격차가 있는 만큼 가난한 세대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지... 지금 함께 접근해야 합니다.

 

마사와 솔이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노년의 일반적인 고정관념 대신 다양성에 대한 것입니다. 8개의 주제로 마사와 솔 각자가 쓴 16편의 글은 예전보다 길어진 노년기를 맞이하게 된 현대인에게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부정적 통념의 노인의 삶은 떨쳐버리고, 노년기에만 맛볼 수 있는 깊이 성찰하는 시기로 만들 기회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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