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스위트 패키지 - 전2권 - 스위트 리커버 한글판 + 영문판
메리 셸리 지음, 이미선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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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년에 출간되어 어느새 200주년이 된 세계 최초 SF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 최근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영화가 개봉되면서 세 열여덟 소녀 메리 셸리가 완성한 걸작의 숨겨진 진짜 이야기가 조명받고 있습니다.

 

그참에 황금가지 X 스위트 몬스터의 콜라보로 재탄생한 책 <프랑켄슈타인>을 읽게 되었어요. 표지, 속지는 물론이고 귀여운 캐릭터까지. 아기자기하게 바뀐 디자인에 반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이 각각 나왔습니다. 이왕이면 세트로 소장하세요.

 

영국 급진 정치사상가 아버지와 최초의 페미니스트 어머니를 둔 메리. 생후 며칠 만에 어머니가 사망하고 계모 아래서 행복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그 시절 유일한 놀이가 공상이었다고 합니다. 열다섯살에 아버지의 제자 퍼시 비시 셸리와 줄행랑. 그때부터 메리 셸리로 살게 됩니다.

 

1816년 남편과 함께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바이런(그 바이런 맞아요. 유명한 시인 바이런!)을 포함한 네 명이서 비 때문에 밖에서 놀지 못하니 독일 괴담을 함께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그때 바이런이 "우리 각자 유령 이야기를 써 보자."고 제안합니다.

 

 

 

그 과정에서 문학적인 명성에 무관심했던 메리에게 글을 쓰도록 권하고 끊임없는 용기를 준 남편의 역할이 대단했습니다. 바이런과 남편의 대화를 옆에서 듣다가 다윈(역시 그 다윈 맞습니다. 진화론의 다윈! 아, 이 시대의 사람들 어마무시하네요)의 실험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듣고 영감받은 메리. 그렇게해서 역사적인 소설이 탄생하게 됩니다. <프랑켄슈타인> 서문에서는 다윈도 책 속의 사건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가정했다고!

 

부정한 기술을 터득한 과학자가 자신이 조합한 물체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탄생한 <프랑켄슈타인>. 그런데 다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인 줄 알고 있을 겁니다. 사실은 괴물을 탄생시킨 과학자의 이름입니다.

 

솔직히 <프랑켄슈타인> 같은 고전소설은 안 읽어도 읽은 것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소설이어서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저도 이번에야 완독한거랍니다.

 

북극 탐험을 떠난 월튼이라는 남자의 편지로 시작하는 <프랑켄슈타인>. 남자모습을 한 거대한 몸집의 여행자가 개썰매에 앉아 사라진 장면을 목격한 후, 죽을 지경에 처한 또 다른 남자를 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월튼이 구조한 남자가 바로 프랑켄슈타인 박사입니다.

 

 

 

심신이 피폐해져 죽을 지경에 다다른 박사가 월튼에게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를 월튼이 고향의 누나에게 편지로 남기는 구성이에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왜 이 추운 북극에까지 왔는지, 그가 쫓는 자는 누구인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하는 소설입니다.

 

자연철학에 관심 많은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의 본질이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열망의 광기에 사로잡혀 수 년간의 실험 끝에 생명 없는 물체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성공해냅니다. 11월의 어느 음울한 밤,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숨 막힐 듯한 두려움과 혐오감이 가슴을 채운 사건. 처참한 몰골의 괴물이 탄생했습니다. 너무나 끔찍한 몰골에 박사마저도 괴물을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진 괴물.

 

그러다 동생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괴물이었습니다. 그 괴물이 동생을 죽인 살인자라고 확신한 박사는 죄책감, 공포, 증오심, 복수심이 뒤섞인 채 불행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불쌍한 존재를 미워하는군요. 그렇지만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 불행한 나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습니까? 나를 만들어 낸 당신조차 당신의 창조물인 나를 미워하고 경멸하는군요. (중략) 어떻게 생명을 가지고 장난을 할 수 있습니까? ​- 책 속에서

 

괴물은 박사에게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절망에 빠진 자신을 누그러뜨리고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채 살아가겠으니 자신과 닮은 여자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합니다. 박사가 어떤 결정을 할지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시대배경상 고상함을 자랑하는 허세 말투가 흔해서 읽을 때 솔직히 오글거리는 장면이 꽤 있었답니다. 수시로 변화하는 박사의 심리 묘사는 중반엔 살짝 짜증날 정도였지만 "우리의 감정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우며, 극도의 불행 속에서도 삶에 끈덕진 애착을 갖는다는 것은 또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는 문장으로 프랑켄슈타인의 심리를 대변합니다. 박사가 만들어 낸 괴물의 시선에서 이야기하는 파트도 있는데 "전능한 존재가 되기를 열망했던 대천사처럼 나는 지금 영원한 지옥 속에 갇히게 되었습니다."처럼 한 마디 한 마디가 품위있네요.

 

열여덟의 메리 셸리 작가가 만들어낸 기이한 스토리와 여성 작가에게 흔히 씌우는 편견의 굴레를 벗어낸 멋진 작품이었어요.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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