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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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소설을 만났습니다. 판타지한 스토리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자기계발서보다 더 진하게 느끼게 하는 정체불명의 소설,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베스트셀러 <느림의 발견> 스텐 나돌니 작가의 최신작 <마틸다의 비밀 편지 (원제 Das Glück des Zauberers 마법사의 행운)>입니다.

 

마법사 파흐로크가 손녀 마틸다에게 쓴 열두 통의 편지. 이제 다섯 살인 마틸다가 성년이 되었을 때 전달되어야 할 편지입니다. 무려 106세에 쓰기 시작해 111세에 병원에서 쓴 마지막 편지까지 열두 통의 편지에는 파흐로크의 생애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편지로 나의 중요한 마법 경험들을 전하려고 한다."라고 말한 파흐로크는 마법사입니다. 편지 한 통에 마법 한 가지씩을 주제로 삼아 당시 일어난 사건들을 엮어갑니다.

 

판타지한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으로 우리가 아는 이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라는 팔 늘이기 마법이 소개된 첫 번째 편지를 읽을 땐 솔직히 황당무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일반인이 일반인에게 조언할 법한 내용들이 툭툭 튀어나와 소설이라는 장르임에도 쉽게 마법사 스토리에 이입되기가 힘들어서 '동심을 잃은 것인가' 하는 좌절감까지. 하지만 비행 기술에 관한 편지를 읽을 때쯤엔 마법사가 현실을 살아내는 처세술에 저도 모르게 푹 빠져있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선 상식 범위 내에서 행동하는 마법사들. 그들에겐 투명인간 기술, 벽을 통과하는 기술, 돈을 만들어내는 기술 등 해리포터 마법보다 더 현실적인 온갖 마법들이 인생의 단계와 속도 그리고 노력에 맞춰 마법의 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라고 해서 선한 마법사만 있지 않듯, 무엇을 위해 마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마법 기술은 악하게 사용되기도 합니다. 히틀러 시대를 거친 파흐로크는 역사의 흐름을 맞서는 마법은 쓰지 않는다는 마법사들의 규율을 지켜나갔지만, 그렇지 않은 마법사들도 많았습니다.

 

인생의 정적이었던 마법사와의 악연, 위대한 마법사들과의 조우, 아내가 죽은 후 의지할 곳을 잃어버렸던 그의 삶이 다시 회복하는 과정 등 열두 통의 편지에 담긴 인생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온갖 생존마법들을 구사할 땐 부럽기도 했지만, 결국 문제의 해결책은 마법보다 상식에서 발견될 때가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인생에 마법 기술이 아닌 삶이 부여한 마법이 많다는 것 알고 있나요? 공감 능력처럼요. 마법이라 칭하지만 마법사들도 노력이 빠지면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습니다.

 

삶은 행운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건 마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 책속한줄

 

수수께끼 같은 소설 <마틸다의 비밀 편지>. 반전의 반전을 던지고 있으니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인생의 길잡이가 될 가슴 두드리는 문장은 또 어찌나 많은지. 마법사에게도 행운은 그저 찾아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노력을 해서 만족을 얻고, 그 만족감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서 완벽에 이르게 되는 것. 그 노력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맛을 돋우는 양념과도 같은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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