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영화 <왓 이프>(What If) 의 시나리오 등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엘란 마스타이의 첫 번째 소설 <우리가 살 뻔한 세상>. 시나리오 작가 다운 흡인력이 일품이네요. 영화화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우리가 살 뻔한 세상에서 왔다."라며 자신이 시간 여행자라는 것을 알린 첫 장면은 찬란한 기술 유토피아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그의 말속에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톰이 살았던 곳은 1965년 라이오넬 구트라이더가 발명한 미래. 구트라이더의 엔진으로 강력하고 완벽한 에너지 생산 기술을 해내자 세상은 변합니다. 구트라이더 엔진이 생성하는 무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 지구적 기술 유토피아 시대입니다. 음식 합성기, 의류 재생기, 거대 복합 주거 타워, 운송 캡슐, 텔레포트 등 모든 것이 풍족해 아무도 '왜'라는 질문을 할 필요 없이 행복했고, 그 행복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시대.

 

최초의 엔진에서 나온 방사선의 자취는 과거로 이어주는 밧줄이 되어 시간 여행이 가능해지자 톰의 아버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우주 비행사의 꿈이 물거품이 된 후 최초의 시간 여행자에 도전한 페넬로페가 팀 리더가 되어 프로젝트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하지만 톰과 보낸 밤에 임신이 되어버린 페넬로페는 결국 자기파괴적인 결과를 맞이하고, 아버지는 페넬로페의 대비 대체 요원이었던 아들을 신뢰하지 않은 채 시간 여행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합니다.

 

명성 높은 아버지에 비해 성공한 것이 전혀 없는 인생을 산 톰. 그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있으나 마나 한 무심한 아버지일 뿐입니다. 이번 일로 아버지에게 분노한 톰은 그녀가 하지 못한 것을 하고자 합니다. 바로 미래가 탄생한 구트라이더 엔진이 처음 활성화된 그곳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에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결국 구트라이더 엔진 자체와 무한한 에너지가 창조한 세상은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데...

 

지금까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은 여기까지의 스토리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었지만, <우리가 살 뻔한 세상>에서는 겨우 초반 줄거리밖에 안 됩니다. 뒷이야기가 절로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선이 변해버린 세상에 놓인 톰.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상황을 바로잡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나'는 행복하지만 내가 누려야 할 행복이 아니라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거기에 이쪽 세상의 나는 톰이 아닌 존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톰과 존의 의식은 따로 존재해 해리성 인격장애를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일상생활 이야기는 SF 소설다운 진면모를 보여줍니다. 매일 삶에 필요한 것들이 자동적으로 주어졌고, 부족한 물자는 합성하면 되는 세상. 기술이 발명되면 사고도 발명된다는 말처럼 기술 유토피아 세상 역시 사고는 있습니다만.

 

시나리오 작가답게 짤막하게 끊어치는 스토리는 술술 잘 읽힙니다. 친절하게 중간 줄거리를 보여주는 장도 있어 빵 터지기도 했는데, 나중에 그에 관한 진실도 따로 있었더군요. 스토리의 결말이 어디를 향할지 짐작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라 후반부로 갈수록 더 빠져듭니다. 인터스텔라 스토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타임머신, 시간 여행자 소재 소설을 좋아한다면 <우리가 살 뻔한 세상>도 만족스럽게 읽을 겁니다. 재난 영화 결말처럼 약간은 뻔한 감정선이 드러나기도 해서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살짝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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