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칭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규칙'이란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느즈막히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산책 좀 하고 책 좀 읽으면 하루가 후닥닥 가버렸다.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어제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 없는 나른한 일상.

 

그런데 잘하고 싶은 게 생기니까 나도 시간을 좀 효율적으로 써보고 싶어졌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24시간이지만 꼬박꼬박 직장을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 24시간은 4시간처럼 써버릴 수도 있는 매우 헤픈 것이니까.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규칙적인 삶'과 친해져보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게 되었다. 요새 뇌과학에 약간 관심이 생겼는데 원래 내가 빌리려던 책은 이미 대출중이라 쉽고 간단해보이는 이 책으로 골랐다.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이 '생활의 리듬을 만들라'는 얘기다. 아침에서 일어나서 일에 착수하기까지와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생활은 패턴을 일정하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아니, 뇌는 늘 새롭고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가?!

아니었던 거다.-_-

그리고 집안일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뇌의 기초 체력은 일상적인 일들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져지는 만큼 일상에서 뇌를 단련하기 좋은 방법이 집안일이라는 것!

 

이제 겨우 집안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집안일=성가신 일로 여겼던 나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사실이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대로 일정한 생활리듬을 만들고, 무언가를 할 때 시간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하며, 일어나면 집안일부터 하면서 뇌를 깨우는 과정을 실천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나.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일어나면 몸부터 움직이면서 서서히 몸과 마음이 깨어나도록 하니 밥맛이 좋아졌다. 그리고 집안일을 한꺼번에 다 해치우려고 하지 않고, 아침 먹기 전 잠깐, 점심 먹고 잠깐, 이런 식으로 틈틈이 하다 보니 일이 많이 처리되는 데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을 정해서 집중적으로 하되 틈틈이 휴식 시간'을 넣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무언가를 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많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오늘 문득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걸 알았다. 늘 뒤돌아 보면 벌써 오늘이 **일이야? 하고 놀랄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겨우 9월 9일이었다. 시간을 덤으로 받은 것 같아 마음이 흐믓해진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난 답답한 거 싫으니까'라면서 정작 내 몸과 뇌가 좋아하는 일들을 멀리해왔던가, 인생을 허비해왔던가, 숙연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꾸준히 실천해서 시간에 휩쓸리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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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1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안일을 어릴 적부터 제대로 느끼면서 즐기면
어른이 되어서도 참 신나게 노래하면서 할 수 있어요.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 되어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걸레질도 하셔요~ ^^

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9-10 18:00   좋아요 0 | URL
아이가 생기면 집안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함께살기 님은 이미 실천하고 계신 거죠?^ㅡ^

잉크냄새 2013-09-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유와 규칙은 뭔가 상반되는 개념이라는 느낌이 지배적이라서...
한번 읽어볼만하겠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9-10 18:02   좋아요 0 | URL
게으름을 부릴 만큼 부려봤더니,
'규칙'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날도 다 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