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광화문에 나갔다가 종각 지하상가를 지나게 되었다. 신발이며 옷이며 구경거리가 많아서 무심한 듯 구경을 하며 지나는데 한군데에서 발길이 멈췄다. 한 일주일 전쯤 동네와 가까운 번화가를 지나가다 산 티셔츠랑 같은 옷이 깔별로 죽 늘어서 있다. 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전에 아차 싶었다. 나는 8천 원을 주고 산 옷이 여기선 5천 원이다. 3천 원이나 손해 보고 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질 않다. 3천 원이면 아메리카노가 한 잔, 늘 1+1하는 국산두부가 두 모, 우유 하나와 요쿠르트를 살 수 있는 돈인데.
그런데 그제 신랑과 함께 양파를 사러 갔다가 동네 옷가네에 들르게 되었다. 하늘하늘 얇은 소재의 남방이 예뻐 보여서 걸려 있던 것을 내려 입어보았다. 가격도 적당하고 시원해 보이기도 해서 구매를 결정했다. 주인 언니가 그 옷을 바로 접으며 봉투에 넣는 것을 본 신랑이 "어? 옷이 하나밖에 없나 보네." 한다. 으레 새것을 꺼내줄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랬더니 주인 언니 하는 말이 "동네에서 같은 옷을 여러 벌 가져다 놓으면 싫어하세요."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뻔하디 뻔한 동네에서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과 마주한다면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나름 영업전략이 있구나 싶다.
저번에 3천 원이나 더 준 게 뭐 큰 대수랴 싶다. 오며 가며 드는 차비 2천 원에 천 원은 남겨먹는 이득이라치면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