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광화문에 나갔다가 종각 지하상가를 지나게 되었다. 신발이며 옷이며 구경거리가 많아서 무심한 듯 구경을 하며 지나는데 한군데에서 발길이 멈췄다. 한 일주일 전쯤 동네와 가까운 번화가를 지나가다 산 티셔츠랑 같은 옷이 깔별로 죽 늘어서 있다. 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전에 아차 싶었다. 나는 8천 원을 주고 산 옷이 여기선 5천 원이다. 3천 원이나 손해 보고 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질 않다. 3천 원이면 아메리카노가 한 잔, 늘 1+1하는 국산두부가 두 모, 우유 하나와 요쿠르트를 살 수 있는 돈인데.

 

그런데 그제 신랑과 함께 양파를 사러 갔다가 동네 옷가네에 들르게 되었다. 하늘하늘 얇은 소재의 남방이 예뻐 보여서 걸려 있던 것을 내려 입어보았다. 가격도 적당하고 시원해 보이기도 해서 구매를 결정했다. 주인 언니가 그 옷을 바로 접으며 봉투에 넣는 것을 본 신랑이 "어? 옷이 하나밖에 없나 보네." 한다. 으레 새것을 꺼내줄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랬더니 주인 언니 하는 말이 "동네에서 같은 옷을 여러 벌 가져다 놓으면 싫어하세요."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뻔하디 뻔한 동네에서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과 마주한다면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나름 영업전략이 있구나 싶다.

 

저번에 3천 원이나 더 준 게 뭐 큰 대수랴 싶다. 오며 가며 드는 차비 2천 원에 천 원은 남겨먹는 이득이라치면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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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6-2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게 약...^^

제 친구 하나가 백화점의 매니저입니다.
그 친구가 어느 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그러더군요.
뭐가 그리 스트레스냐 했더니...

자기 안사람이 밖에서 물건을 사오면 꼬치꼬치 묻게되더랍니다.
이건 알마에 났냐..저건 알마냐...
백화점에 들어오는 물건의 값을 훤히 알고 있는 친구는
자기 안사람이 얼마얼마 주었다고 하면
열불이 나서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이건 얼마를 손해본거도
저건 또 얼마를 손해보았고...

이러다보니 마음이 어떻겠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눈은 항상 뜨고 있으라고 있는게 아니란다..
때론 감아주는 것도 필요하거든...

요즘 저는 마음을 내려놓은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훨씬 가슴이 시원해지더라구요

인생은 손해를 보라고 있는거래요^^
잘 생각하셨어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6-26 17:00   좋아요 0 | URL
어떨 땐 아는 게 힘이고,
어떨 땐 모르는 게 약이네요. 쿠쿠.
하나하나 따져가며 손해와 이득을 따지기에 인생은 너무 거대하죠.

그렇게 아득바득 안해도 거저 오는 행운이 있기도 한데,
우린 너무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게 되는 거 같아요.

잘 생각한 거 같아요, 므흣 :)

잉크냄새 2012-07-0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돈소모를 위한 과소비가 아니라면 그런 마음 내려놓는 것도 삶의 하나의 전략일겁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7-13 02:38   좋아요 0 | URL
워낙 인터넷쇼핑을 필두로 가격비교가 일상화가 되어서 그런지,
열심히 검색하고 찾는 데 들인 시간은 까먹고
몇 푼 차이가 나느냐에만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런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에 대한 씁쓸함도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