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서 천 원 주고 부추 한 단을 샀다.
쭈꾸미샤브샤브에 듬뿍 넣어먹고도 2/3가 남았다.
부추는 금세 상하니깐 빨리 처리할 방법을 찾다가
부추로도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담을 그릇이 작아서 장아찌를 하고도 한줌 정도가 남았다.
그걸로 또 계란부추죽을 끓여 먹었다. 두 번이나.
만 원 가지고 장을 어떻게 보냐는 세상에
천 원짜리 부추의 변신과 활용은 놀랍기만 하다.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이 생각난다.
긍정적인 밥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