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천 원 주고 부추 한 단을 샀다.

쭈꾸미샤브샤브에 듬뿍 넣어먹고도 2/3가 남았다.

부추는 금세 상하니깐 빨리 처리할 방법을 찾다가

부추로도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담을 그릇이 작아서 장아찌를 하고도 한줌 정도가 남았다.

그걸로 또 계란부추죽을 끓여 먹었다. 두 번이나.

만 원 가지고 장을 어떻게 보냐는 세상에

천 원짜리 부추의 변신과 활용은 놀랍기만 하다.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이 생각난다.

 

 

 

      긍정적인 밥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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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0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추가 너무 좋아요.
싸기도 하고 맛있기도 하고.
비오는 날, 아니 학교에서 마치고 돌아온 후에 부쳐먹는 부추전은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하, 부추전 먹고싶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5-04 01:31   좋아요 0 | URL
부추 맛있죠.
저는 시어머니가 여름에 삼계탕 하시면 그 국물에 부추를 살짝 익혀서 내어 주시는데 그게 그렇게 맛나더군요. 추흡;;;
부추전에는 막걸리가 제맛인데, 조금 지나면 소이진님도 그 맛을 아시게 되겠네요. :)

잉크냄새 2012-05-0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가슴을 두드리는 날이 있나 봅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 시가 오늘 다시 읽으니 참 와닿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5-04 20:35   좋아요 0 | URL
부추 한 단에 천 원이면 비싸지는 않아도...라는 생각을 하다가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이라는 저 시가 생각나더군요.
다시 읽어도 참 따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