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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식의 장례행렬이 이어지던 곳에서 지나가던 한 스님이

죽은 이에게 한마디 해줄 것을 부탁받았다.

그랬더니 그 스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 이 놈 내가 너 죽을 줄 알았다.

언젠가는 네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줄 알았어!

 

그래, 우리가 언젠가는 모두 죽는 사실, 그 사실에서만큼은 모두가 공평하다.

하지만 삶의 과정은 어떤가.

어떤 이는 폭력과 학대로 점철된 삶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성장하고,

어떤 이는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온갖 재능을 꽃피우며 주인공으로 산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제각기 다르고, 우리가 그 속에서 택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 연극의 주인공들은 뭐 이런 사람들만 모아놓았나 싶게, 불.행.하.다.

집안에 콕 박혀 수프만으로 연명하는 반지는 새아버지와 함께 자살한 엄마에 대한 증오로 자신을 가두어버렸고, 반지에게 찾아드는 유일한 사람인 우람은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가진 엄마와 가정폭력의 희생자이고, 우람의 엄마 정란은 자신을 강간한 사람와 결혼해야 했던 과거를 안고 방황하는 인물이다.

 

참, 구질구질하다.

참, 거지같다.

알고 보면 모두 다 희생자고, 약자다.

 

삶은 맞서 싸우며 이겨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감당해야 할 진실이 너무도 클 경우 인간은 뭘 할 수 있을까.

외로워도 슬퍼도 웃는 캔디처럼 우리는 명랑을 가장할 수 있을까.

 

연극에는 내재된 아픔과 상처를 이기지 못해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또 다른 생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도 울고 악 쓰며, 온몸으로 절규할 수 있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다.

 

기대했던 것만큼 치유의 과정이 잘 그려져 있지 않았고,

대사만을 통해 인물들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데 전달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몰입이 잘 안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반지가

"누구나 사는 건 이렇게 절박한데, 행복이나 이해를 바랄 순 없어도, 서글픈 인생에도 '수고했다' 박수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했을때, 나는 힘껏 박수를 쳤다.

너덜너덜 누더기 같은 인생이라도,

그렇게 꿋꿋하게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박수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별 볼 일 없는 인생도,

박수받을 만한 인생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이렇듯 절박한 삶,

충분히 만끽하고 충분히 행복해져야겠다고.

다짐,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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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4-0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삶은 때론 살아가기도 하고, 때론 살아지기도 하는 것 아닐까요.
비교하지 않는 삶, 그저 나의 삶에 스스로 박수칠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4-10 12:38   좋아요 0 | URL
예전에 '삶은 살아진다'는 말에 발끈해서는
난 '삶을 살아갈 테야'라고 결심한 적이 있었는데요,
길다면 긴 인생에서 때로는 의지를 내려놓고 살아지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요새 느낍니다. :)

차트랑 2012-04-1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나그네길...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4-10 12:38   좋아요 0 | URL
삶은 여행 :)

잉크냄새 2012-04-10 14:02   좋아요 0 | URL
삶은 달걀

차트랑 2012-04-1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계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