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틀째 간 헬스장.
말그대로 동네 헬스장이다.
기계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것이 많고, 낡았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운동복 대신,
헬스 클럽에서 주는 찜질방복처럼 생긴 분홍파랑 티를 입고
모두가 운동하는 곳이다.
게다가 관장은 할아버지이고.
근데 난, 그래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최신식의 새롭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에 열광한다.
그래서 낡고 바랜 것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그 낡음대로 묵묵히 쓰여지는 공간이 하나 있다는 것,
그것은 왠지 나에게 위안이었다.
#2
러닝머신 20분을 끝내고 자전거에 앉았다.
이틀전에도 자전거는 무지 힘들었었는데,
오늘도 여전히 2분도 채 되지 않아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아쒸, 힘들어.
그러다가 이런 식으로 나가면 5분도 못할 거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다리에 힘을 뺐다.
아, 근데 처음엔 둔하게 움직이던 내 두 발이 점점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부드럽고 가볍게.
그래, 힘을 들여서 애를 쓰면 역시나 힘만 들고 지치고 마는데.
온몸에 힘을 주욱 빼는 순간 너무도 쉬워졌다는 게,
너무도 신기했다.
힘을 빼는 순간, 힘이 나간 공간에 여유와 즐거움이 자리잡는다.
힘이 들지 않으니 천천히, 오래도록 웃으며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쳤다면,
그랬다면, 난 곧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역시, 삶이란, 너무 힘들이면 안되는 것이다.
적당히, 스무스하게, 리듬을 타면서 그렇게.
#3
자전거에 있으니 여러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이거 조금 저거 조금 하다가 말아 버린다.
저러니 뭔가 잘될리가 없지,
러닝머신을 조금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른 기구로 가 있다.
그러다 또 사라져 저쪽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다른 그런 식으로 사는구나.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겉치레만 하다가 마는구나.
삶을 성공했다, 라는 건.
무언가를 진득히,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또 하나의 진리를 배웠다.
그래서 더더욱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20분을 채우고 내려왔다.
#4
운동이란 건 묘한 매력이 있다.
분명 힘을 쓰고 왔는데,
힘이 빠져나간 자리엔 어느새 활력이 들어와 있다.
그러니 뭔가를 받아들이기 위해(기운 같은 것)
몸안의 불필요한 것들을 빼내는 작업,
그것이 운동이 아닌가, 싶다.
운동 또한 명상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