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더웠다는 올해의 여름 날씨가 추석 전까지는 간간히 드러나리라 믿었던 나의 기대를 여지 없이 짓밟고, 요즘의 날씨는 이 모양이다. 낮에 걸어다니면 조금 더운 듯하긴 하나, 아침저녁은 내내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다.
치, 여름은 너무 짧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나뭇잎, 풀잎들의 선명한 빛깔이나, 가끔 무지막지 하게 내려주는 비와, 한여름 밤의 시원한 캔 맥주, 나른한 여름 날의 낮잠 같은 것들을 또 일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거야.체.
날이 차가워지면 잠이 쏟아진다. 몸은 굼뜨고, 자꾸 따듯한 품을 찾는다.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이불 속의 따듯함이 너무도 유혹적이라 그곳을 벗어나기 힘들다. 원체 게으른 인간이지만 겨울은 게으름을 조장한다. 겨울밤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어둠의 시간이 길어지고 온갖 추운 것들과 대항하다보면 나는 또 자고 있는걸.
그래서 여름이 좋은 거다. 해는 길고, 만물에 생기가 돌고, 움직이기가 좋으니까. 게으른 나도 조금은 더 깨어있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