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빗소리, 빗소리 들으며 잠 자기, 빗물에서 첨벙거리기 등등.
비 오는 날은 즐거운 날.
오늘 같은 토요일 밤, 비가 왔으면.
부슬부슬 소리없이 내리는 얌전한 비여도 좋고,
세상을 다 날려버릴 듯한 바람을 동반한 카리스마 비여도 좋다.(사실, 나는 이쪽이 더 좋다.)
글면 창문을 활짝 열고 온몸과 귀를 열어 빗소리를 느껴야지.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쓰레빠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거야.
빗물 웅덩이 속을, 아니면 촉촉히 젖은 길바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거지.
아마도 풀과, 꽃과, 나무들은, 물기를 머금고 생기를 띨 테고,
길가는 한산할 테지.
그러다가 또 심심해지면 우산을 접고(마음같아선 획, 던져버리고 싶지만)
빗속으로 뛰어드는 거야.
딱 감기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나는 있을 거야.
그리고 톡톡 튕겨져 나가는 빗방울을 느껴야지.
서서히 내려와 착착 감기는 수줍은 빗방울이어도 좋아.
(하지만 아플 만큼 세차게 떨어지는 비야 말로, 나를 치유하지.)
빗속의 나는, 살아 있음을 몸으로 아는 한 사람.
나는 뜨거운 여름날, 따가운 태양 아래를 거닐거나
덜덜덜 이가 딱딱 부딪히는 겨울날, 찬바람의 냉기를 고스란히 받아야
진정, 살아 있구나,를 아는 종류의 사람.
그러니 내리는 비를 마냥 바라만 볼 수는 없지.
비가 한차례 내 몸을 훝고 가면,
질척거리는 쓰레빠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야.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해진 몸으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가 다시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듣는 거지.
잠이 들고, 세찬 빗소리에 슬며시 잠이 깨기도 했으면.
빗소리는 음악처럼, 자장가처럼 나를 재우고,
영원히 떠나지 않을 사람처럼,
깨고 난 후에도 나를 지켜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