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물을 보고 책 사는 것을 좋아한다.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꽂혀서 산 책들은 대부분 그때의 내 상황과 감정상태에 충실히 들어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분은 오프라인 서점이 죽을 수 없는 이유로 책과의 우연한 만남, 예를 들면『데미안』을 사러 왔다가 『수레 바퀴 아래에서』를 알고 가는 경우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책과의 인연은 사람과의 인연만큼이나 묘한 구석이 있다, 고 나는 믿는다.
이병률의 『끌림』, 잉크냄새님의 블로그에서 말이 좋아서 퍼오기도 했지만, 이 책은 오래전부터 눈여겨둔 책이기도 했다. 어떤 책은 한번 쓰윽 보고 사버리기도 하지만 어떤 책은 데려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한번 들었다가 다시 놓기를 반복하게 되는 책, 이 책도 그랬다. 요즘은 안 그러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점에 가면 여행기 코너는 꼭 한 번씩 들렀는데 그때마다 화려한 여행기들 사이에서 보이는 이 깔끔한 표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었다. 몇 번을 들었다 놨을까. 그러다가 서점도 잘 안가게 되고, 가도 여행기 코너는 잘 들르지 않게 되면서 이 책도 서서히 멀어져 가는 듯했다.
그런데 언젠간 한 번 읽어봐야지 했던 이 책이, 얼마전 내게로 왔다. 어떤 사람의 손을 거치고, 그의 친구의 손을 거치고, 그의 손을 거쳐.
만나야 할 사람이 반드시 만나는 것처럼, 책도 만나야 할 책은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