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세상의 모든 지도를 보여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려면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야 하겠지. 아니 말 그대로 모든 지도를 보여주는 건 불가능하겠지. 저자가 모든 지도를 다 알 수도 없을테니.

실제로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서양의 지도에 비해 동양의 지도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그래도 몇점을 다루는데, 우리나라는 단 한점 그것도 일본 지도를 베낀 것만 다루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 중동 지역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고대인들의 상상력이었다. 저 지평선 너머, 저 바다 너머의 세상을 상상만으로 그렸던 걸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구나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런것도 지도인가 싶은 것도 많았다. 단순한 그림인 것 같은데 지도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매머드의 상아에 그렸다는 구석기 인이 만든 지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라고 한다. (만약 이걸 지도라고 인정한다면) 또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수세기에 걸쳐 기록한 이탈리아의 벽화 지도도 흥미로웠다. 문자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그 옛날에도 지도를 만들어 남겨두었구나 싶었다.

중세 이탈리아인이 그린 지도에는 일부러 사람을 그려 이슬람 전사들이 군사용으로 정보를 취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저자가 소개했다. 이슬람 교리에는 인간의 형상물을 보지 못하게 규정했다고 한다. 정말로 당시 이슬람 군인이 이 지도에 그려진 사람 형상 때문에 보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런 역사적 사실들은 재미있다.

중반 정도까지는 그야말로 다양한 지도를 볼 수 있어서 진짜 푹 빠져서 봤는데, 뒤로 갈수록 좀 지루해기도 했다. 어딘지도 모르는 어느 곳을 소개한 지도가 계속 반복 되는 것은 지겨웠다. 세부지도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다양한 세계지도는 한창 지겨울만한 때에 딱 등장해서 다시 흥미를 되살려주었다. 중국은 역시 자기 땅을 딱 중심에 두고 전 세계가 다 작고 길게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걸로 그렸고, 유럽인들은 항상 지중해를 중심으로 지도를 그렸고, 아프리카 북부와 서아시아 일부까지만 세상의 전부라고 여겼다.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소위 말하는 대항해시대에 해안선을 보다 정확하게 그려서 침략을 돕기 위해 지도가 사용되고 지도를 그리는 기술이 더욱 발전했다.

유럽 중심의 시각이 아닌 좀 다양한 지도를 담은 다른 책도 보고 싶다. 특히 아시아 여러 지역의 지도 라던가, 유목민들의 지도라던가 이런거 소개한 책은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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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2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도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요. 한번은 동· 서양 지도를 모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

samadhi(眞我) 2017-01-22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지도를 보려면 저자가 아시아 출신이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