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치(인상)라는 운동에 푹 빠진 지 몇 해가 지났다. 올해는 한 번도 바벨 스내치를 시도해보지 못했다. 여러번 핏니스 클럽을 가입하려고 생각했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집 근처와 일터 근처 열다섯 곳 이상을 살펴봤지만, 프리웨이트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여분의 바벨이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추가로 케틀벨이나 로잉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더 먼 얘기였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도 않는 곳에 비싼 돈을 내고 등록하기도 아까웠다. 난 머신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데, 머신만 가득한 핏니스 클럽에 비싼 돈을 내는 건 너무 아닌 것 같다. 결국 대안은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 뿐. 바벨을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주먹쥐고 푸쉬업, 오버헤드 푸쉬업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옷을 벗은 채로 운동할 수 있다는 거다. 애들 엄마는 내가 집에서 옷 벗고 운동하는 걸 못 마땅하게 여겼다.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릴 수 밖에 없고, 땀을 흘리면, 옷이 젖는다. 그러면 빨래가 더 생기고, 젖은 옷은 입고 있는 건 기분이 좋지 않다. 차라리 운동할 때는 옷을 벗고 하고, 주위에 흘린 땀을 걸레로 닦은 후, 씻을 때 걸레만 빠는 것이 훨 편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옷 벗고 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추장스럽더라도 옷을 입고 운동해야 했고, 젖은 옷을 그냥 빨래통에 던져넣고 씻어야 했다.


지금은 옷을 벗고 편하게 운동한다. 땀을 정말 많이 흘리는 쉐도우 복싱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땐 실오가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케틀벨이나 덤벨을 들고 운동을 할 때는 팬티만 입고 운동한다. 거울을 보며 내 몸과 내 자세와 내 근육의 모양을 제대로 보면서 운동하는 건 중요하다. 특히 나처럼 고립운동이 아닌 전신운동을 하는 입장에선 특히 그렇다. 자세에 따라 힘을 쓰는 부위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잘 깨닫기 힘들다. 가령 오버헤드 스퀏을 할 때 바벨을 쥔 양 팔이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각도를 유지하며 앉는 자세가 중요한 데, 거울을 보지 않으면 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거울을 보고 상박의 근육 긴장도를 살피며 서서히 내려가는 것이 이 운동을 잘 하는 방법 중 하나다. 거울도 거울이지만, 옷을 벗고 근육의 긴징도를 살필 수 잇어야 제대로 이 운동을 익힐 수 있다.


따로 핏니스 클럽을 끊지 않은 대신, 집에서 꾸준히 운동을 했다. 한 때는 푸쉬업에 완전 몰입해서 다양한 자세와 각도로 푸쉬업을 했다. 지금을 알라딘 서재를 하지 않은 지 제법 되는 것 같지만, 알라디너 노이에자이트님과 나의 공통점은 주먹 쥐고 푸쉬업을 한다는 거였다. 손바닥을 대고 하는 것보다 주먹을 쥐고 하는 자세가 팔목 힘을 기르는데 더 도움이 되고, 주먹을 단련하는데도 더 도움이 된다. 노이에자이트 님이 어느 글에서 굳은살이 박힌 손등을 여고생이 만졌다고 쓴 기억이 난다. 내 경우에는 여성이 보고 눈치채거나 만진 적은 없고, 한 후배가 보고 또 무슨 사고 친 거 아니냐고 걱정한 적은 있다. 어렸을 때 폭력전과를 달았던 걸 아는 후배여서, 주먹에 박힌 굳은 살을 보고 무슨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푸쉬업을 해서 그렇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그 친구는 믿어주지 않았다. 그래.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거다. 나도 푸쉬업을 한다고 손에 그렇게 굳은 살이 박힐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나중엔 그냥 푸쉬업을 하는 건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자세와 각도를 바꿔가며 긴장이 되는 부위를 달리해봐도 지겨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헤드스탠드 푸쉬업을 해봤다. 말 그대로 물그나무 서듯 거꾸로 서서 팔을 굽혔다 폈다 하는 건데, 이거 생각보다 운동효과가 엄청났다. 동영상을 보면 아무데도 의지하지 않고 순전히 홀로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벽에 발을 기대고 물그나무를 서서 푸쉬업을 했다. 생각만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쉽지 않았다. 유연성과 자세가 중요한데, 무턱대고 힘만으로 하려던 나는 생각했던 숫자의 반도 못 채우고 쓰러졌다. 이후로도 쉽게 횟수가 늘지 않았다. 


또 집중했던 운동은 버피였다.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운동이라고 불러야 할까? 짧은 시간에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이자만, 그만큼 힘든 운동이다. 버피는 항상 타바타 인터벌로 하는데, 4분만 운동해도 1시간을 운동한 것 보다 더 큰 효과를 얻는다. 막상 8라운드를 뛰고 나면 그렇게 상쾌하고 기분이 좋지만, 하기 전에는 죽을 만큼 하기 싫은 운동이기도 하다. 초기엔 엑셀 파일에 각 라운드의 횟수를 기록하고, 총 8라운드의 합계를 기록해서 얼마나 횟수가 늘었는지를 체크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지. 나중엔 귀찮아서 횟수를 제대로 세지도 않고 운동했다.


기본은 맨손 운동을 하지만 마무리는 늘 케틀벨 운동으로 했다. 스윙과 데드리프트와 클린앤저크(용상). 클린앤저크는 바벨 운동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케틀벨로도 많이 하진 않았다. 주로 스윙을 했고, 가끔 데드레프트를 했다. 내가 산 케틀벨은 18킬로그램 짜리 인데, 스윙을 하기에 적절한 무게이지만, 데드리프트를 하기에는 상당히 적은 무게다. 24킬로그램 짜리 케틀벨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늘 돈에 허덕이는 입장에서 쉽지 않다.


혼자 살게 되면서 생각했던 건 바벨을 구매하는 거였다. 애들 엄마는 내가 벤치를 샀을 때도 못마땅한 눈치였다. 사실 큰 맘먹고 벤치를 지를 때 바벨도 함께 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큰 맘을 먹을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결국 싸구려 벤치를 샀고, 그건 오랫동안 애들 장난감에 덮혀 있어 앉아보지도 못했고, 요즘은 컴퓨터와 모니터를 놓아 두어서 벤치로서의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스내치를 하고 싶어!


바벨을 사지 못하고, 근처에 갈만한 핏니스 클럽도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스내치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니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덤벨로 바벨을 들 듯이 스내치 운동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케틀벨 스내치를 하는 거였다.


처음에 시도했던 건 덤벨 스내치였다. 간단했다. 양손에 같은 무게의 덤벨을 쥐고 스내치 동작을 시연하믄 되는 거였다. 다만 바벨이 아닌 만큼 훨씬 쉬운 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바벨을 든다는 느낌으로 해야 했다. 한가지 단점은 내가 그동안 덤벨 운동을 위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덤벨의 무게가 너무 적었다. 스내치를 한다는 느낌을 살릴만큼의 무게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스내치의 감각을 다시 살린다는 점에서 운동 자체는 재미있었다. 좀 더 무게가 있었다면 운동 자체로 효과를 거둘 수 도 있었겠다 싶다.


두번째 시도는 케틀벨 스내치였다. 이건 아무리 동영상을 보고 연구해봐도 쉽지 않았다. 케틀벨로 클린 앤 저크 까지는 종종 해봤다. 그런데 스내치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 케틀벨이 돌아가는 손동작이 어렵다. 케틀벨을 들어올리는 과정은 스윙이나 클린 앤 저크와 큰 차이점이 없어서 별로 어렵지 않다. 마지막 손을 비틀어 케틀벨을 들어올리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더라.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러시아 케틀벨 스내치 챔피언 크세이나 데듀크히나의 동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그는 10분에 200번의 횟수를 채워 챔피언에 오르지만, 이후 다른 동영상에선202회를 들어 올린다. 케틀벨의 무게는 무려 24킬로그램이다. 이 여성의 동영상을 본 이후로 따라해보기 시작한 게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그간 집에 있는 18킬래그램의 케틀벨로 연습을 꾸준히 했지만, 아직 양손을 번갈아가며 해도 20회를 채 넘기지 못한다. 연습을 반복해도 늘 자세가 불안정하다. 특히 마지막에 케틀벨을 돌려쥐는 손이 불안하다.


검색을 통해 크세니아가 훈련하는 방법을 봤다. 평소 32킬래그램 케틀벨로 스윙을 연습하더라. 손동작은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자세히 알려주는 곳이 없더라. 32킬로와 24킬로 짜리 케틀벨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당장은 아니고, 지금 쓰는 18킬로 짜리로 클린만이라도 좀 익숙해진 이후에 사야겠지.


어려워~!


몇 번을 자세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로 시도하다가 왼쪽 어깨가 아파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다시 진지하게 케틀벨 스내치에 대해 찾아봤다. 


http://egloos.zum.com/hamlet1/v/920752


누군가 블로그에 자세히 정리를 해 놓았다. 그 글을 읽으며 '겟업'이라는 운동을 처음 알았다. 나름 운동을 오랫동안 해 왔고, 운동법에 대해서도 늘 공부한다고 생각했는데, 겟업이란 운동은 처음 알았다. 딱 보자마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라해봤는데, 쉬운 운동이 아니더라. 지금 집에 있는 케틀벨로는 엄두도 못 내겠더라.




다른 건 별로 바라지 않는데,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운동하기 위한 기구를 마련하기 위한 돈은 좀 있었으면 좋겠다. 늘 바랐던 건 바벨과 벤치와 샌드백과 케틀벨인데, 이번에 케틀벨을 좀 자세히 배우기 시작하면서 무게가 다양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한 12킬로그램짜리 두 개와 24킬로그램짜리 한 개와 32킬로그램짜리 한 개가 있으면 딱 좋겠다. 그리고 바벨도 한 80킬로그램까지 조합할 수 있도록 플레이트를 샀으면 좋겠다. 바가 20킬로니까 플레이트는 최대한 봤을 때 20킬로짜리 3개면 되겠지. 제법 오랫동안 80킬로 이상은 들을 일 자체가 없을 것 같다.


바벨 스내치를 잘 하기 위해 제법 오랫동안 오버헤드 스퀏과 데드리프트 운동에 매진했던 만큼, 이제 케틀벨 스내치를 잘 하기 위해 한동안 겟업이란 운동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우선은 덤벨로 시작하고, 나중에 케틀벨을 들만큼 실력을 늘려야겠지. 그리고 크세니아가 했듯이 32킬로 스윙을 마무리 운동으로 꾸준히 해야겠다. 그래야 언젠가 24킬로그램 케틀벨로 스내치를 10분에 202번 할 수 있을 거 아닌가.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난 아직 멀었다. 18킬로로 10분동안 최대 횟수가 아니라 열댓번 남짓 들고 더이상 들어올릴 힘이 없었다. 스내치는 바벨운동도 그렇고 케틀벨 운동도 그렇고 힘으로 드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스피드로 드는 것이다. 빨리 기술을 익혀 점점 횟수를 늘려가는 재미에 빠져보고 싶다. 바벨 스내치가 공간의 제약이 다소 있는 운동이라면, 케틀벨 스내치는 훨씬 좁은 공간에서 가능한 대중적인 운동이라 볼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케틀벨 스내치는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과연 바벨 스내치는 시도해 볼 수 있을까? 역시 힘을 쓰는 입장에선 바벨 스내치가 제일 재미있다. 언젠가 마당이나 옥상이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면, 아니 그럴 것도 없이 여분의 방이 있는 집으로만 이사할 수 있어도 그 방을 샌드백과 바벨과 벤치와 케틀벨 등으로 채워놓을 텐데.


목표가 있어서 사는 것이 즐겁다. 목표가 더이상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건 순전히 내 몫이다. 일단 케틀벨부터 사야겠지. 역시 돈이 시간보다 더 문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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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07: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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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