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스태킹


그 아비의 그 딸이라고, 큰 애는 아빠를 닮아 뭐 하나에 꽂히면 푹 빠지는 편이다. 내가 스내치에 푹 빠져 늘 '어떻게하면 좀 더 동작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무게를 더 늘릴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아이는 요즘 스피드 스태킹에 푹 빠져서 매일매일 신기록을 세우는 재미로 살고 있다.


스피드 스태킹은 플라시틱 컵을 일정한 공식에 따라 세웠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하는 것인데, 누가 더 빨리 하는가를 재는 국제 경기도 열린다고 한다. 아이가 처음 이 경기를 접한 건 공동육아 방과후 협동조합에서다. 같이 방과후 교실에 다니는 아이의 어머니가 스피드 스태킹을 가르키고, 공식경기 진행에도 참여하셔서 일찍 접하고, 어린 나이에 공식 경기에도 참여해 본 아이가 있다. 그 어머니께서 한번 방과후교실 아이들과 스피드 스태킹 교실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엄청난 관심을 갖고 푹 빠져들었다. 공식 경기에 참여해 본 아이는 당연히 처음하는 아이들보다 월등히 기록이 빨랐는데, 우리 아이를 포함해서 그 아이보다 더 상급생인 아이들은 동생보다 기록이 느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그 아이를 목표로 열심히 연습했다.


결국 방과후교실에선 매일매일 기록 향상을 위한 맹연습을 경쟁적으로 해왔고, 각 가정마다 아이들이 졸라서 공식경기에 쓰이는 컵과 초시계와 매트를 구매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도 계속 사달라고 졸랐으나, 일시적인 관심으로 한동안 하다가 금방 싫증내고 그만두는 건 아닌가 싶어 한동안 두고 봤는데, 이 정도면 그렇지 않겠다 싶어서 일단 컵만 구매했다. 매트와 초시계까지 장만하려면 그것도 돈이 제법 들더라.


아이는 요즘 일어나자마자, 학교 다녀오자마자 컵을 쌓았다가 접기를 반복한다. 매일 얼마나 기록 괜찮은 날엔 얼마나 줄었는지를 자랑하고, 별로 줄지 않았으면 또 투정하듯이 말한다. 아이가 워낙 열심히 하길래, 얼마나 재미있나 싶어서 나도 아이에게 배워서 해봤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몇 번을 해봐도 도무지 손에 익지 않아서 버벅거렸다.


아이를 지켜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 정도 열의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겠구나. 숱한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열심히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렴. 아빠는 언제너 널 응원한다!


아래 동영상은 월드 스포츠 스택스 오브 챔피언쉽이라는 국제대회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아이가 연습하는 공식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경기가 있는 것 같다.




스내치


아이가 몇 달째 열심히 스태킹을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지지않고 열심히 스내치를 연습해야지 했으나, 사실 최근 바빠서 운동을 많이 못했다.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서 몸이 굳어서 생각보다 자세가 잘 안 나온다. 이럴때는 스내치를 더 잘하기 위한 기본 운동에 주력하는 게 낫다. 데드리프트, 스퀏, 오버헤드 스퀏 등을 위주로 운동하면서 일부러 한동안 스내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허벅지와 허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 데드리프트를 주로 했는데, 덕분에 데드리프트 무게는 제법 올렸다. 예전에는 너무 단순한 동작이라 데드리프트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것도 계속 하면서 무게를 늘리다보니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 게다가 단순한 동작에서도 힘을 주는 방식과 자세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많더라. 


한편 좋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길러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 굳어버린 몸은 좀처럼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름 틈 날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유연성 향상에 신경을 쓰지만, 그다지 좋아진다는 느낌이 없다. 계속 연습해도 자세가 좋아지지 않고, 무게를 늘리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역기 스내치가 맘처럼 잘 되지 않으니 케틀벨 스내치를 연습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문제는 케틀벨 스내치가 역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혼자 배우기 쉽지 않다. 또 지금 다니는 핏니스센터에 케틀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집에 케틀벨이 있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다. 한편 집에 있는 케틀벨은 스윙을 하기에 적절하지만, 제대로 배우지 않고 스내치를 하기에는 무리다. 한 두번 시도해보다가 실패했다.


아래는 러시아 케틀벨 스내치의 여왕으로 불리는 크세냐의 스내치 모습이다. 사용자의 요청으로 소스코드 공유를 거부했기에 여기에 첨부할 수 없었던 또다른 영상에서 그는 24kg 케틀벨로 제한시간 10분 안에 202개의 스내치를 해냈다. (이 영상에서는 어릴때 케틀벨을 놓치는 장면이 나오고, 마지막에 201개를 들어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당장은 쉽지않겠지만 언젠가 케틀벨 스내치도 꼭 익히고 말리라.




뭐 급하게 생각할 건 없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만족할만큼의 성과를 거두리라 믿는다. 오늘도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공부한 것을 직접 역기를 들어가면서 몸에 익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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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05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케틀벨이 몇 키로짜리인지 모르겠는데 우와- 마지막 영상의 여성을 보니 저도 도전하고 싶어져요. 확실히 케틀벨을 들어올리니 허벅지까지 운동이 되는 게 보이네요. 허벅지 근육도 많이 발달했어요, 영상 속의 선수요. 일단 바른 자세를 아는 게 중요하겠어요.

응원합니다!

감은빛 2015-11-05 19:2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집에 있는 케틀벨로 도전해보세요. 제가 드린 책이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거기엔 스내치 방법은 안 나와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클린 앤 저크는 나와있어요.

케틀벨은 애초에 코어 근육 강화와 컨디셔닝 운동용입니다. 허벅지와 허리(엉덩이) 힘으로 들어올리는 거예요. 절대 팔힘으로 들면 안 됩니다.

스윙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클린 앤 저크를 연습하시고, 그 다음에 스내치로 넘어가야 해요.

저 선수가 들고 있는 24킬로그램 스내치를 하려면 적어도 몇 달간 꾸준히 연습해야 할 거예요.

대개 여성들은 10킬로 미만으로 시작하고, 남성들도 16킬로 정도로 시작합니다. 요령이 좀 생겨야 24 킬로를 들 수 있어요.

transient-guest 2015-11-06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의 시작과 끝은 스쾃하고 데드리프팅이라고 하고, 단순한 리프팅이 아닌 역도 (스내칭 등)라고도 하더라구요. 좋은 운동을 하고 계신듯. 저도 다친 어깨가 좋아지면 좀더 실제 파워를 늘리는 운동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합니다. 단순히 역기만 들고 기계만 사용한지 6년 정도가 지나니까 재미가 없네요.ㅎ

감은빛 2015-11-12 19:29   좋아요 0 | URL
저런! 어깨를 다치셨군요.
저도 20대 후반에 어깨를 다치고, 한 몇 년 운동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다쳤던 어깨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조금만 무리해도 통증이 느껴집니다.

역기를 드는 재미를 느끼고 나니, 머신 운동은 더이상 못하겠더라구요.
스내치는 처음 시작할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운동인 것 같아요.
조금만 쉬어도 금방 티가 나구요.

반면 스쾃하고 데드리프트는 비교적 간단한 운동이라
무게를 늘리기는 어렵지 않지만, 재미가 덜하죠.
근데 이 두 운동이 기본이 되어주지 않으면
스내치가 더 늘지 않더라구요.

빨리 어깨가 회복되고, 재밌는 운동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