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날 데려가놓고 방치해
요즘 애들을 데리고 여러 행사에 가는 것에 대해 조금 고민이 된다. 데리고 가면 분명 난 뭔가 바쁠 것이고, 아이들은 제대로 놀 공간도 없는 곳에 방치되기 때문이다. 놀 공간이 있어도 방치되는 건 똑같다. 어제는 작은 행사의 사회를 맡았다. 여는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건 사회를 맡았을 때 늘 고민이다. 어제는 좀 상태가 안 좋았다. 유난히 비염이 심한 날이어서 하루종일 힘들었다. 비염 때문에 못 하겠다고 말할까 말까 좀 고민했다. 그런데 급하게 부탁했던 것을 당일 몇 시간 앞두고 취소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행사 시작할 때 짧게 진행하는 것 외에는 사회자의 역할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하기로 했다. 확실히 몸이 안 좋으니 말도 잘 안 나왔다. 평소보다 발음도 부정확했고, 머리속에서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간단한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머리 속으로 '어! 이거 왜이러지? 왜 자꾸 말이 떠오르지 않지?' 그러다보면 또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 떠들고 있는데, 안쪽 방에서 작은 아이가 나와서 내 다리에 매달렸다. 아이들과 놀라고 방에 들여보냈는데, 아는 아이가 없어서 혼자 심심했던 모양이다. 큰 아이는 학습만화를 보느라 동생은 안중에도 없었다. 암튼 뭔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작은 아이가 다리에, 허리에 매달리고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는데, 난 말을 이어가면서 마이크를 왼손으로 바꿔쥐고 오른손으로 아이 손을 잡았다. 아이는 곧바로 손을 빼고는 다시 장난을 쳤다. 보는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 당황했다가 아이를 보고 사람들이 웃으니까 나도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동네 사람들 모아놓고 하는 건데, 좀 못하면 어떻고, 실수 좀 하면 어때 싶었다.
지난 번에 텃밭에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큰 아이의 태도를 보고, 앞으로 저녁마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다녀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당장 이번주만해도 어제와 오늘 연이어 저녁에 행사가 있고, 나는 꼭 참석해야 하지만, 아이들도 돌봐야 하는 날이다. 내가 단순 참가자라면 적당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뭔가를 맡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결국 방치된다. 모든 행사에 아이 돌봄 서비스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도 다 비용의 문제다.
◇◇ 건강 민주주의를 고민할 때
지난 토요일 녹색당 정책대회에 가지 못했다. 일터 워크숍이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1박2일이었고, 오후엔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생각도 안 한건 아닌데, 거기 데려가면 난 여러 시간 계속 토론회에 참여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그 긴 시간동안 뭘 할 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까지 가서 애들하고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도 의미없다. 못 가는 걸로 마음 먹고 있었는데, 결국 당일 아침 집으로 돌아와 뻗어버렸기 때문에 정책대회에도 못가고, 아이들과도 제대로 놀지 못했다.
그날 참여했던 여러 당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책대회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중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건강 분야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김창엽 교수님이 물신화 되어 있는 건강이라는 주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녹색당이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하셨다. 마침 한 당원이 김창엽 교수님의 한겨레 신문 칼럼을 링크 걸어 놓았길래, 읽어봤더니 정말 가장 중요한 주제임에도 그동안 놓치고 있던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읽기] 더 많은 ‘건강 민주주의’를 위하여 / 김창엽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09142.html
작년 말 담배값 인상은 어마어마한 뉴스였다. 많은 흡연자들은 둘로 나뉘었다. 담배를 사재기하거나, 끊겠다고 마음 먹거나. 나는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지는 않기 때문에, 값이 올라도 평소처럼 조금씩 피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 흡연자들은 대부분 둘 중 하나였다. 시간 날때마다 두갑씩 사두는(한 번에 두 갑 밖에 안 팔았다고 하던데) 소극적인 사재기부터, 면세점 같은데서 몇 보루씩 사두는 사람들도 있었고, 담배값이 오르는 순간부터 끊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차피 값이 오르면 열 받아서 사지 않을 생각이니 당장 끊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 두 부류는 대부분 아무것도 안했던 나처럼 담배를 비싼 값에 사서 피우고 있다. 사재기를 했던 이들은 이미 쟁여놓았던 담배가 동이나, 사서 피울수 밖에 없고, 끊었거나, 끊을 예정이던 이들은 짧은 기간 금연에 성공했겠지만, 결국 흡연으로 돌아왔다. (물론 아예 끊어버린 예외도 분명 있겠지만) 그리고 세금 수입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애초에 담배값을 올려서 국민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주장은 틀렸음이 결과로 드러났다. 술값을 아무리 올린다고 술 소비가 줄어들까? 쌀값을 팍 올리면 국민들이 밥을 안 먹을까? 마찬가지다. 솔직하게 국민 건강을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을 먼저 떠올려야 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 구제역 파동, 조류 독감 파동, 일본산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문제, 인조잔디 발암물질 문제, GMO(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 등 나와 내 가족과 이웃의 건강 문제에 대해 나는 과연 얼마나 권리를 갖고 있을까? 당장 내 아이의 입으로 방사능 오염 식품이나, GMO 함유 식품이 들어가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당장 돈을 좀 못 벌더라도, 공장식 축산이 아닌, 생명의 권리를 존중해 가축을 길러서 팔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은 큰 피해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생겼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하겠지만, 모든 가축을 살처분하는 무자비한 지옥 같은 광경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 원인인 공장식 축산을 내버려둔채, 늘 전염병이 돌고 나서 해당지역 모든 가축을 죽여버리는 무자비하고, 멍청한 짓을 계속 반복한다. 소를 잃어버렸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할텐데, 외양간은 그대로 두고 계속 소를 잃어버리면서, 소를 탓하는 꼴이다.
◇◇◇ 내 척추는 건강할까?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때는 외근이 많아, 많이 걷고 움직이지만, 또 어떤 때는 서류 작업이 밀려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때도 있다. 그런 날엔 손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다. 휘어진 등허리와 거북이 목 때문이다.
요새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사무실을 살려줘 쫌!" 시리즈를 유심히 읽고 있다. 정말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읽다보면 늘 겁이 난다. 나도 곧 디스크에 오십견에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리는 건 아닐까? 아니 이미 걸린 건 아닐까? 건강하려면 당장 컴퓨터 앞에 앉지 않는 일로 직업을 바꿔야 할까?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본다.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사무실을 살려줘 쫌!
http://www.ohmynews.com/NWS_Web/Issue/special_pg.aspx?srscd=0000011421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분들은 꼭 시간내서 읽어보시길 권하며 편집자의 말을 옮겨본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편하게 일한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지요.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면 땀은 나지 않을지언정 몸은 망가집니다. 3, 4번 디스크가 터지고 목은 거북이가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그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직원의 허리 건강에 대한 영상을 보고, 이 글 마지막에 그 영상을 넣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보려니 검색 기능이 없는 페이스북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괜히 한 십여분 시간만 낭비했다.
◇◇◇◇ 책 찜
음, 제목만 봐도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일단 찜해둔다.